“광화문광장은 우리 땅이며, 광화문광장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홍문종 우리공화당(구 대한애국당) 공동대표는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우리공화당 천막을 자진 철거하며 이 같이 강조했다. 이날은 서울시가 우리공화당이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한 조립식 천막을 강제로 철거하는 행정대집행을 예고한 날이다. 우리공화당이 천막을 철거하면서 양측의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우리공화당 측이 천막 재설치를 예고하면서 언제든 ‘천막 갈등’이 재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시 행정대집행 수포로…양측 충돌 없어
우리공화당은 지난 6일 광화문광장에 천막 4개동을 기습 설치한 지 열흘 만인 이날 새벽 천막을 자진해서 철거했다. 우리공화당은 당원과 지지자 등 1000명(우리공화당 측 추산)이 오전 5시쯤 천막을 세종문화회관 앞으로 옮겨 설치했다가, 다시 오전 6시쯤 당원들의 안전 등을 이유로 천막을 거둬들였다고 설명했다. 세종문화회관 앞은 우리공화당 산하 조직인 ‘천만인무죄석방본부’가 오는 30일까지 집회 신고를 낸 장소다.
이에 따라 이날 서울시의 천막 철거를 위한 행정대집행은 수포로 돌아갔다. 서울시와 용역업체 직원들은 예정대로 이날 오전 5시20분쯤 광화문광장에 도착했으나 우리공화당이 천막을 세종문화회관 앞으로 옮기자 광장에 남아 상황을 지켜봤다. 이를 본 우리공화당 관계자들은 “우리공화당 화이팅”, “물러가라” 등을 연호했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공동대표는 “서울시가 행정대집행을 할 천막이 없어졌다”며 “조만간 광화문광장에 천막 8동을 칠 것”이라고 예고했다. 조 공동대표는 “우리가 천막을 치고 싶을 때 천막을 친다”며 “헌법에도 보장돼 있는 정당 활동의 자유를 억압하는 순간 그 국가, 그 정부는 독재 정부가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공동대표의 “광화문 광장은 우리 땅”이란 발언도 이때 나왔다. 홍 공동대표는 “우리가 천막을 일부러 옮겨준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우리공화당은 이날 오전 2시30분부터 천막에 있던 물품 등을 세종문화회관 앞으로 옮기면서 행정대집행에 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서울시 관계자들이 옮긴 천막에 있는 물품을 확인하려 접근하면서 일부 당원과 지지자가 항의하기도 했지만 별다른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갈등 일단락됐으나 언제든 되풀이될 가능성
우리공화당은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마무리 집회를 한 뒤 오전 6시20분쯤 해산했다. 서울시 직원 30여명과 용역업체 소속 100여명은 이날 오후 6시까지 광화문광장에서 대기하며 돌발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지 등을 살필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인원은 야간에도 남아서 현장을 지킬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행정대집행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일단은 중단했다”며 “당분간 현장에서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이로써 서울시와 우리 공화당의 천막 갈등은 일단락됐으나 머잖아 되풀이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서울시가 행정대집행을 한 전례도 이미 있다. 앞서 우리공화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집회에서 숨진 사람들을 추모한다며 지난 5월10일 광화문광장에 기습적으로 농성 천막을 차렸다. 서울시는 자진 철거를 요청하는 계고장을 수 차례 발송한 뒤 지난달 25일엔 행정대집행에 나서 천막을 강제 철거했다.
그러나 우리공화당은 같은날 약 3시간 만에 광화문광장에 더 큰 규모로 천막을 재설치했다. 이후 우리공화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천막을 잠시 인근 청계광장으로 옮겼다가 지난 6일 광화문광장에 다시 천막 4동을 설치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가 천막 재설치를 막기 위해 무거운 화분 수십개를 광화문 광장에 배치하면서 우리공화당 측이 반발하기도 했다. 온라인 공간에선 갑론을박이 오갔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