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뇌물’ 재판에 선 이학수 “이건희 회장 보고 후 MB에게 자금 지원 처리하라 자시했다”

이학수 전 삼성 그룹 부회장이 17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추가 뇌물 수수 혐의와 관련해 이학수 존 삼성 그룹 부회장이 법정에 나와 이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내놨다.

 

이 전 부회장은 17일 서울고법 형사 1부(정준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속행공판에 증인으로 재소환됐다.

 

항소심 재판에서 이 전 대통령의 혐의에 추가된 삼성 그룹 뇌물 51억여원 수수에 대한 증언을 듣기 위한 것.

 

이 전 부회장은 지난 3월에도 항소심 법정에 나와 증언한 바 있다.

 

앞서 검찰은 삼성 본사에서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미국 법인의 계좌에서 2008년 이 전 대통령이 실제 소유한 것으로 의심받는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미국 소송을 대리한 로펌 ‘에이킨 검프’(Akin Gump)로 430만달러(약 51억8000만원)가 송금된 사실을 확인해 이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에 추가했다.

 

검찰은 지난 5월28일 이런 혐의를 뒷받침하는 송장 자료를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이첩받았고, 이를 근거로 공소장에 혐의를 추가했다.

 

당시 재판부는 ”공소사실 동일성을 해하지 않는다”며 공소장 변경을 허가했다.

 

이 전 부회장은 이날 법정에서 “에이킨 검프의 김석한 변호사로부터 자금 지원 얘기를 2번 들었는데, 한 번은 이 전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이었고, 한 번은 대통령 취임 후 김석한 본인이 청와대에 다녀왔다면서 (자금에 관해)얘기한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이어 “구체적인 시기나 미국 법인 이야길 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김 변호사의 요청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게 보고한 뒤 최도석 당시 경영총괄 담당 사장에게 ‘요청대로 처리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최 전 사장도 이날 증인으로 나와 비슷한 취지의 증언을 내놨다.

 

그는 “(당시) 이학수 실장이 전화해서 ‘에이킨 검프에서 미국 법인으로 인보이스(송장)가 오면 그대로 해주라’고 지시해 이를 그대로 미국 법인 직원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최 전 사장은 이 전 부회장의 지시와 관련, “어떤 정보 수집 차원의 일로만 추측했다”고 말했다.

 

이 전 부회장은 이 자금의 성격에 대해 검찰이 “피고인(이 전 대통령)에게 자금을 지원해주는 의미였다고 보면 되느냐”고 묻자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전 부회장은 2006년 3월∼2008년 6월 삼성 그룹 전략기획실장,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거치면서 이 회장을 보좌했다.

 

이 전 부회장은 삼성이 다스의 미국 소송 비용 61억여원을 지원했다는 취지로 검찰에 자수서를 제출해 1심에서 이 전 대통령의 뇌물 수수 유죄 혐의가 인정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이에 맞서 전 대통령 측은 “김 변호사가 이 전 대통령을 팔아 개인적 이득을 취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 전 부회장 등의 진술에 대해 동의하지 않았다.

 

김용준 온라인 뉴스 기자 james109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