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지정 통과 자사고들 “법 바뀌면 어떻게 되나” 혼란

조희연 “일괄 폐지” 주장 후폭풍 / 교육부 “5년은 보장” 일축 불구 / 수험생도 양측 입장 달라 불안감 / ‘교육부, 상산고 취소 부동의’ 촉구 / 여야 의원 151명, 의견서 전달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7일 오전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일반고 전환 자사고에 대한 동반성장 지원 방안을 포함한 일반고 종합 지원 계획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평가를 통과한 자율형사립고는 어떻게 되나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7일 교육부를 향해 ‘자사고·특목고 일괄 폐지’를 제언하자 불거진 질문이다.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에 오른 전국 자사고 24곳 중 13곳이 통과해 자사고 지위를 5년 연장했다. 그러나 2024년 재지정 평가 전에 법이 개정돼 자사고가 제도적 폐지를 맞이한다면, 교육 당국으로부터 ‘향후 5년간 자사고’를 보장받은 학교들의 지위가 모호해져 현장 혼란이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18일 교육계는 ‘생존 자사고’들은 적어도 다음 평가 전까진 법 개정 여부와 관계없이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9일 재지정 통보를 받은 한 서울지역 자사고 교장은 “이미 재지정됐다는 공문까지 받았는데 (교육 당국이) 뒤엎을 순 없다. 2024년까지는 당연히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법을 개정할 때 생존 자사고 관련 부대조항을 신설해 법적 충돌이 예상되는 부분을 피하지 않겠나”라면서도 “법 개정은 교육부 소관”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측은 이와 관련해 “학교 현장의 혼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교육부가 “법 개정은 검토한 바 없다”며 일관된 입장을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어떤 내용이든 주장은 할 수 있다. 처음 나온 주장도 아니지 않으냐”며 “교육부의 ‘평가를 통한 자사고의 단계적 일반고 전환’ 입장은 지금껏 변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조 교육감의 제언을 거절한 셈이다.

 

하지만 학생·학부모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오세목 자사고공동체연합 대표(전 중동고 교장)는 “교육청과 교육부 모두 자사고의 생명줄을 쥔 건 마찬가진데, 양측에서 서로 다른 얘기가 나오면 혼란은 가중된다”며 “당장 자사고에 다니고 있는 학생·학부모, 또 자사고를 준비하는 예비 고입 수험생 등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헷갈리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에 탈락한 전북 상산고 학부모들이 1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전북교육청의 자사고 지정취소 결정에 '부동의 권한 행사'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한편 여야 의원 151명은 이날 전북도교육청의 상산고 지정취소 통보를 놓고 교육부의 부동의권 행사를 촉구하는 의견서에 서명해 교육부에 전달했다. 상산고를 지역구(전북 전주을)에 두고 있는 바른미래당 정운천 의원은 “70점대를 맞은 전국의 다른 자사고들은 지위를 유지하고 79.61점을 얻은 상산고는 탈락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김승환 전북교육감의 재량권 일탈·남용 등 짜인 각본대로 움직인 부당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오는 25일 ‘특목고 등 지정위원회’를 열어 전북 상산고·군산중앙고, 경기 안산동산고 등 자사고 3곳의 지정취소 신청 동의 여부를 심의한다.

 

이동수·곽은산 기자 d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