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페북 정치’, 우파 괴멸 술수” vs “참모로서 당연”

[이슈톡톡] 연일 ‘항일 여론전’ 벌이는 민정수석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15일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 전에 차를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을 겨냥한 일본 정부의 이른바 ‘경제보복’ 조치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을 통해 연일 대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행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여·야 국회의원이 라디오 방송에서 설전을 벌이는가 하면 각계 인사들의 지지·비판 글도 속속 올라오고 있다.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아베 정권이 경제보복의 강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돼 이같은 상황 역시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9일간 40여건…이번엔 ‘무도(無道)한 일’ 발언

 

자유한국당 성일종 의원은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외교수석도 아닌 민정수석이 일본하고 싸우자고 그러는데, 외교부 장관이라든가 외교수석처럼 책임질 수 있는 분들이 나서서 잘 대응해야지 이 문제를 민족 감정에 불을 질러서 대응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성 의원은 “조 수석이 SNS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것 자체도 문제고, 안에 담긴 내용도 문제”라며 “국가와 국가가 풀어야 할 문제인데 국가의 책임 있는 분들이 말을 잘못 하면 외교 당국자나 대통령의 움직임이 굉장히 협소해지기 때문에 특히 대통령의 복심이라고 불리는 수석(비서관)들은 정말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국 수석이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애국이냐 이적이냐’란 말이 논란이 됐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성 의원과 함께 출연한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은 “지금은 국가의 책임 있는 분들이 말해야 될 때”라며 “(조 수석은) 법학자로서 본인의 소신을 밝힐 필요가 있고 일본이 문재인 정권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마당에 대통령 참모로서 이야기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대응해야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대통령 측근들이 나서서 문제에 대해 단호한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국 수석은 이날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의 일부 정치인과 언론이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비방·매도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일지 몰라도 무도(無道·도리를 어기는 것)한 일”이라고 하는 등 지난 13일부터 이날까지 페이스북에 게시물 40여건을 올리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조 수석은 자신을 향한 비판을 겨냥해 “특정 정파의 이익을 위한다거나, 민족감정을 토로하는 차원의 문제 제기가 아니다”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친일 프레임·국내용·주목 대상 아냐” 말말말

 

세종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18일 연 ‘일본 경제보복 규탄! 불매운동 선언’ 기자회견 모습. 세종=뉴시스

성 의원은 다시 “지금 조 수석이 하는 것은 완전히 감정적”이라며 “‘친일 프레임’을 쓰워서 우파를 괴멸시키려고 하는 교활한 정치적 술수가 그 속에 숨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누가 강경화 (외교부) 장관보고 나서지 말라는 사람 있었느냐”며 “(조 수석에게) 국내용으로,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얘기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외교부 장관이 이야기하면 (우리 정부의) 공식적인 발언이 될 것이고, 그러면 이제 일본과 전면전을 한다고 떠들 것이기 때문에 장관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많이 이야기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야당이 왜 유독 일본에게는 저자세 외교를 주문하느냐”고 따져물었다.

 

이에 성 의원은 “냉정하게 하자는 것”이라며 “경제 문제뿐 아니라 국제정치 문제가 함께 관련돼 있는데 감정적으로만 가면 안 된다”고 역설했다. 이어 “이번 문제는 외교적으로,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인데 지금 보면 일본의 잘 짜여진 로드맵대로 가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반면 강 의원은 “냉정하고 차분하자는 데는 동의하지만 일본은 굉장히 치밀하고 우리는 치밀하지 않은 것처럼 전제하는 건 옳지 않다”고 했다.

 

일본 여행 취소 등이 잇따른 15일 오전 서울 중구 일본정부관광국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두 의원은 조 수석이 ‘죽창’과 ‘이순신’을 언급한 것을 두고도 이견을 보였다. 성 의원은 “정부의 책임 있는 사람들이 국익적 측면에서 신중히 접근해야 하는데 죽창 들고 싸우자는 게 말이 되는 얘기냐”고 꼬집었다. 이에 강 의원은 “조 수석 얘기는 서희와 이순신 역할을 하자고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성 의원이 “이순신을 좀 제대로 공부했으면 좋겠다”며 “이순신 장군은 임금이 나가 싸우라고 했는데도 냉정했기 때문에 안 나가고 이긴다는 확신이 섰을 때 공격을 해 승리했다”고 하자 강 의원은 “제 지역구에 현충사가 있어서 이순신 정신을 잘 아는 편인데,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조 수석의 발언이 아니다”라고 받아쳤다.

 

◆유시민은 ‘지원’…정치권·진보지식인은 ‘비판’

 

정치권과 사회 각계에서도 조 수석을 지원사격하거나 비판하는 발언들이 잇따르고 있다. 자신을 ‘진보 어용 지식인’이라고 소개하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 20일 팟캐스트 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확산과 관련해 “정부의 캠페인도 아니고, 시민단체 주도도 아닌 시민들 개개인의 자연스러운 판단과 선택의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하는 등 조 수석을 우회적으로 지원하고 나섰다.

 

지난 20일 열린 노회찬 의원 서거 1주기 추모제에 참석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남양주=연합뉴스

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전날 페이스북에 “조 수석과 유 이사장의 반일 감정 조장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며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냉철하게 관조해야 하며, 함께 흥분하거나 적어도 선동질을 해선 안 된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바른미래당 설영호 부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무엇보다 국익이 중요한 일본과의 관계에서 청와대 주변이 온통 이념에 집중돼 있다”며 “유 이사장은 양국 감정을 더 자극하고, 조 수석은 ‘애국 아니면 이적’, ‘친일과 반일’이라는 이분법적인 거친 언행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설 부대변인은 “자신들은 ‘애국지사’ 프레임으로 인기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나 날아갈 국가 손실은 누가 책임지느냐”고 물었다.

 

‘B급 좌파’와 ‘나는 왜 불온한가’ 등의 책을 낸 국내 대표적인 진보 지식인 김규항 ‘고래가 그랬어’ 발행인은 전날 페이스북에 ‘당신의 전쟁’이란 제목의 글을 올려 “한국에서 반세기 이상 애국 선동을 도맡아온 건 극우세력이었지만, 이제 자유주의 세력이 주도하기 시작했다”며 “조 수석의 ‘애국과 매국’ 발언에 그가 예전에 사회주의 운동을 한 일까지 들먹이며 비난할 건 없지만 그의 발언은 ‘개인의 존중’이라는 자유주의의 기본조차 팽개치는 자기 모독의 X소리일 뿐”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발행인은 이어 “어떤 애국 선동도, 전쟁도 절대 반대하며 당신 자신과 이웃, 상대국가 이웃들의 평화로운 삶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