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마트가 최대 위기 국면을 맞고 있다.
1992년 국내에 첫 선을 보인 이후 처음으로 분기 적자가 예상되는 등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전직하하고 있다. 편리함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온라인 채널로 빠르게 이탈하는 탓이다. 마트들은 이에 대응해 온라인 중심으로 영업 무게를 옮기고 있지만, ‘출혈적자’를 감수하는 e커머스 업체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증권가에서 국내 대형마트 1위인 이마트의 첫 분기별 적자를 전망했다.
양지혜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이마트의 2분기 매출액은 4조6600억원, 영업손실 47억원을 기록해 적자전환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할인점 기존점 성장률 부진과 할인행사 확대 등으로 매출총이익률이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보고서에서 이마트의 2분기 영업이익을 작년 동기보다 70%나 감소한 160억원으로 전망하면서 “영업적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마트는 IMF(1997년) 위기와 금융위기(2008년)에도 분기 적자를 낸 적이 없다.
롯데마트도 2분기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79% 감소한 84억원을 기록한 롯데마트는 유통업계 비수기인 2분기 매출이 크게 저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이달말쯤 실적이 집계 되는데 2분기 적자가 예상된다”고 귀띔했다.
외국계인 홈플러스는 국내 공시 의무가 없어 정확한 매출과 영업이익 추정이 어렵지만, 상황은 더욱 안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빅3’에 납품을 하는데 이마트 매출이 30% 가량 줄었다면 홈플러스는 반토막 났다”며 “대형마트 중에서 홈플러스 매출이 가장 저조하게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대형마트의 부진은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상위 3개사가 공통적이다.
업계에서는 대형마트의 미래를 두고 “어디까지 바닥을 칠지 가늠이 안 된다”는 말이 나온다.
대형마트가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 것은 2010년부터다.
영업시간 제한, 상권영향평가 강화, 의무휴업(월 2회) 등 각종 규제가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내리막 길을 걷고 있다.
특히 e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이 오프라인 유통업계를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위메프·티몬 등 소셜커머스 3사가 초저가 마케팅을 앞세워 대형마트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네이버와 구글 등 대형 포털사들도 쇼핑시장 진입을 예고하고 있어 대형마트의 앞날은 더욱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