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단속 기준을 강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제2 윤창호법)’이 오는 25일 시행 한 달을 맞이하는 가운데, 술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다가 사고를 내는 경찰관이 잇따라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제2 윤창호법 시행으로 면허정지기준은 기존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에서 0.03% 이상, 면허취소기준은 0.1% 이상에서 0.08% 이상으로 강화됐다.
◆술 취해 표지판 들이받고…음주단속에 도주까지
지난 20일 오후 10시쯤 경북 문경의 한 도로에서 문경경찰서 소속 A경장이 술을 마신 상태로 경기지방경찰청 소속 경찰관 2명을 승용차에 태우고 가다 도로변 표지판을 들이받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A경장의 음주측정을 한 결과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취소 기준 수치를 훨씬 넘은 0.164%로 나타났다. 동기생인 이들은 문경의 한 펜션에서 다 함께 술을 마신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경장을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직위 해제하고, 동승자 2명도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입건했다.
지난 16일 오전 2시40분쯤 대구에서도 B경위가 음주 운전을 하다 음주단속 현장을 보고 도주했다가 쫓아온 경찰에 붙잡혔다.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0.048%로 조사된 B경위는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지난 13일에는 경기 고양의 한 도로에서 일산동부경찰서 소속 C경감이 신호대기 중 술에 취해 잠들었다가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적발됐다. 당시 C경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0.106%였다. 같은날 경기 의정부의 한 도로에서는 포천경찰서 소속 D순경이 음주운전을 하다 벽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D순경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47%였다.
◆법원, “음주운전 등 교통범죄를 예방·단속·수사해야 할 경찰은 누구보다 높은 준법의식 요구돼”
한편, 지난 4월에는 음주운전 사고 후 동승자가 사고 낸 것처럼 꾸며 강등처분을 받았던 경찰관이 징계가 지나치다며 소속 지방경찰청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했다. 당시 재판부는 물적 피해가 가볍고 이미 피해 회복도 마쳤다고 주장한 E씨에 대해 “원고는 음주운전 등 교통범죄를 예방·단속·수사해야 할 경찰로서 누구보다 높은 준법의식이 요구된다”며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일으킨 점과 최초 조사에서 자신의 음주운전 사실을 밝히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강등 처분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