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부채 문제는 결혼 문제로도 이어진다. 학자금 대출도 감당하기 힘든 청춘들에게 결혼은 그야말로 사치인 셈이다.
통계청의 ‘2018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평균 초혼 나이는 남자가 33.2세, 여자는 30.4세다.
초혼 나이만 늦어진 게 아니다. 결혼 자체를 안 하는 청년도 늘고 있다. 초혼 나이를 기준으로 결혼 적령기를 30∼34세로 잡아보면 이 나이대의 청년 가운데 46.9%는 결혼하지 않았다. 2명 중 1명이 결혼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20년 전 미혼율은 13.2%로 지금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결혼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이들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의 ‘청년층 주거특성과 결혼 간의 연관성 연구’에 따르면 결혼을 하고 싶지만 못하는 이유 중 주거 문제가 차지하는 비율이 68.5%로 집계됐다.
특히 신혼집에 대한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컸다. 희망하는 신혼집 주택 유형은 아파트가 79%로 대부분이지만, 현실적으로 아파트 마련이 가능하다는 대답은 40%에 불과하다. 신혼집 마련 비용으로 평균 1억5990만원 수준이 적당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나 현실에서는 평균 2억1129만원이 필요할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현재 마련된 금액은 평균 6000만원 수준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응답자의 57.4%는 ‘지금 결혼한다면 신혼집을 마련할 수 없다’고, 16.8%는 ‘부모님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보사연의 조사에 따르면 2014∼2018년 결혼한 청년세대 부부의 50.2%가 결혼 당시 신혼집을 마련하고자 대출을 받았다. 학자금 대출 상환의 굴레에서 벗어나면 또다시 주거 관련 대출이라는 큰 벽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회사원 김모(33)씨는 “1년 정도 사귄 여자친구와 결혼을 생각하고 있지만, 여자친구 집에서 원하는 신혼집과 내가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신혼집 간의 괴리가 크다. 여자친구 집에선 적어도 아파트 전세에서는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면 우리 집 형편이 좋은 편이 아니라서 부모님 지원도 거의 기대할 수 없다. 졸업 후 학자금 대출 등을 상환하느라 모아놓은 돈도 거의 없어서 대출에 의존해야 할 판이라 아파트는 ‘그림의 떡’이다”라고 말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