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에서 번지고 있는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점점 더 정교하게 확산하고 있다. 일본산 제품에 대한 바코드 식별 방법이 공유되는가 하면, 한국산 제품이라도 원재료가 일본산이라면 불매 대상으로 봐야 한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의 한 경제단체가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본 상품 불매 운동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을 샀다.
◆바코드로 일본산 파악, 원재료까지 검토
24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일환으로 ‘바코드로 일본 제품을 구분하는 방법’이 공유되고 있다. 한국산 제품의 경우 코드가 ‘88’로 시작하지만, 일본은 ‘45’나 ‘49’로 시작한다. 이를 두고 ‘49(사구)싶어도 45(사오)지말자’는 캐치프레이즈까지 등장했다. 일본 제품의 목록과 대체할 수 있는 국산품을 알려주는 ‘노노재팬’에서는 어플리케이션에 바코드를 인식하면 일본 제품인지 여부를 알려주고 있다.
한국산 제품이어도 원재료가 일본산인지 여부도 검토 대상에 올랐다. 최근 롯데제과는 ‘쌀로별’ 과자의 쌀 원산지가 일본이라는 소문이 퍼지자 “일본산 쌀을 사용한 적 없고, 앞으로도 사용할 계획이 없다”는 해명을 내놨다. 롯데 측은 “중국산 쌀을 사용하고 있고 원산지 표시요령에 따라 ‘외국산’이라고 표기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CJ제일제당도 ‘햇반’ 제품에 일본 후쿠시마산 미강추출물이 사용된다는 소문에 “햇반에 들어가는 미강 추출물의 양은 0.1% 미만이다"고 해명했다.
불매운동을 계기로 원산지 표기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일본산 원재료에 대한 표기를 명확하게 해달라’는 취지의 청원이 올라와 1만2000여명이 참여했다.
◆일본 경제계 낙관에 불매운동 불씨 더 키워
일본에서는 한 경제단체가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본 상품 불매 운동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제기됐다. 지난 22일 일본의 주요 경제단체인 경제동우회의 간사 사쿠라다 겐고는 이번 사태의 원인에 대해 “(한국 정부가) 일본으로부터의 메시지를 받아주지 않는 것에 기인한다”면서 “정치적 이유에 의한 에너지로 (불매가) 오랫동안 지속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그는 “좋은 물건은 사고 싶어지는 것이 당연하다”며 “양국 소비자는 모두 궁극적으로 품질이 좋고 가격이 합리적인 것을 선택할 것으로 믿는다”고도 말했다.
일본 경제계의 이런 반응은 국내 불매운동의 불씨를 더 키우는 모양새다. 최근 유니클로도 일본 본사 임원이 의도와 다르게 ‘한국내 불매운동이 오래 안 갈 것으로 본다’는 발언을 해 국내 소비자를 자극했다. 유니클로는 두차례에 걸쳐 사과를 했지만, 소비자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