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현주(사진).
그녀에 대한 내 최초의 기억은 노희경 작가의 MBC 드라마 ‘내가 사는 이유’(1997년 방영)에서다. 그녀는 ‘춘심’이라는 철없는 술집 작부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내 대중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그 후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에서 때로는 할 말 다 하는 직장 여성으로, 때로는 비련의 멜로 주인공으로 여러 색깔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그런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그랬던 그녀가 올여름 뜻밖의 드라마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바로 OCN 드라마 ’왓쳐’(토·일 오후 10시20분 방영)다. 이 드라마는 경찰을 감시하는 감찰반을 다루고 있는 본격 범죄 스릴러를 표방하고 있다. 모두를 철저하게 의심하고, 사람의 감정을 믿지 않는 감찰반 반장 도치광 역에 배우 한석규, 아버지가 비리 경찰이자 살인자로 복역 중인 경찰 김영군 역에 서강준, 그리고 풋내기 검사 시절 이 둘과 연관된 사건을 수사하던 중 자신의 손가락을 잃을 뻔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변호사 한태주 역을 그녀, 김현주(사진)가 맡았다.
OCN 드라마는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한 장르물 보물창고다. 영화 전문 채널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장르물 드라마에서만큼은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 채널에서 그녀, 김현주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 공중파 드라마나 영화에서 이미 선한 이미지(장르물을 한다고 해서 나쁜 이미지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와 캐릭터로 자리를 잘 잡은 배우에게 장르물 특히 범죄 스릴러 도전은 약간의 모험을 강행해야 한다.
특히 범죄 스릴러 장르물은 굵직한 스케일의 사건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탓에 여배우의 존재감이 다소 작아질 수도 있다. 어떤 면에서 크게 득이 되지 않은 드라마일 수도 있다. 게다가 김현주처럼 이미 좋은 이미지와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배우에게는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고개를 살짝 갸우뚱하게’ 만드는 작품으로 남을 수도 있다.
현재 6회째 방영된 시점에서 그녀의 선택은 옳았다고 본다. 상대역 한석규에게 한치의 밀림도 없이 굳건히 자기의 역할을 잘 소화해내고 있다. 특히 변호사로 때로는 범죄자를 옹호하는 입장을 취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는 자신에게 해를 입힌 범인을 찾는 설정이 극의 몰입도를 점점 높이고 있다. .
어떤 일이든 익숙한 것은 쉽고 안전하다. 위험 부담이 크지 않아 두려움도 적다. 낯설고 안 해본 것을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고 힘들다. 다양한 장르에 도전한 그녀의 행보에 오늘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번 여름 익숙한 공간이나 물건 대신 전혀 나와는 동떨어지고 연관성이 없는 일처럼 보이는 것들에 도전해보자. 어쩌면 그런 시도가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할지도 모르니까.
이윤영 작가, 콘텐츠 디렉터 blog.naver.com/rosa0509, bruch.co.kr/@rosa0509
사진=OCN ‘왓쳐’ 캡처
*이 작가는 방송과 영화, 책 등 다양한 대중 콘텐츠를 읽고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