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기관의 정치 및 선거 개입, 불법자금 수수, 시장교란 반칙행위, 우월적 지위의 남용 등 정치와 경제 분야의 공정한 경쟁질서를 무너뜨리는 범죄에 대해서는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
25일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검찰총장이 취임하면서 집권 3년차 문재인정부 검찰의 닻이 올랐다. 국민 권익 보호를 위한 공정한 경쟁질서 확립을 취임 일성으로 내놓은 윤 총장은 이르면 26일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마무리하고 고강도 사정수사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오후 4시 대검찰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윤 총장은 “우리가 형사 법 집행을 함에 있어 우선적으로 중시해야 하는 가치는 바로 공정한 경쟁질서의 확립”이라며 “공정한 경쟁이야말로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와 평등을 조화시키는 정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치·경제 분야의 공정경쟁을 무너뜨리는 범죄뿐만 아니라 여성·아동·사회적 약자를 상대로 한 범죄와 서민에 대한 범죄도 “우선적인 형사 법 집행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윤 총장은 또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를 언급하며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이므로 오로지 헌법과 법에 따라 국민을 위해서만 쓰여야 하고, 사익이나 특정 세력을 위해 쓰여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법절차에 따른 수사라고 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무제한으로 희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헌법에 따른 비례와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총장이 공정한 경쟁을 강조한 것은 지금까지 대형 경제사건 수사를 진두지휘해오며 우월적 지위의 남용과 시장교란 행위에 엄정 대응해 온 윤 총장의 경력과 성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적 강자의 반칙과 농단에는 강력 대응하지만 중소기업의 사소한 불법까지 수사권을 발동할 것인지 여부는 헌법적 고민이 필요하다는 게 윤 총장의 평소 소신이다.
그러면서 “반칙과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고 특히 강자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약자에 대해 갑질을 한다거나 이런 일을 바로잡아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게 검찰의 시대적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든 정부든, 집권 여당이든 만에 하나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엄정한 자세로 임해 주시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과 윤 총장의 발언을 감안하면 윤 총장 체제의 검찰은 조만간 대기업의 공정거래 위반과 관련한 수사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정부 1기 검찰이 이른바 ‘정치·사법 적폐’ 수사에 역량을 집중했다면 2기 검찰은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경제 적폐’로 보고 수사 선상에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4조5000억원대 분식회계 및 조직적 증거인멸 등 의혹 사건 수사는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착수해 진두지휘한 만큼 앞으로도 주요 관심 사안으로 수시로 보고받고 지휘도 할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그룹도 골관절염 치료제인 ‘인보사 케이주’의 성분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위로 보고한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 밖에도 검찰은 조세포탈 혐의를 받고 있는 LG그룹 총수일가와 차량 엔진 결함을 은폐한 현대차 관계자들을 각각 기소한 사건의 공소유지도 해야 한다.
윤 총장과 함께 손발을 맞출 서울중앙지검장에는 연수원 동기인 배성범 광주지검장 또는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 법무부 검찰국장에는 이성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가장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최순실의 국정농단 특검 때부터 함께한 한 차장은 특수수사를 총괄 지휘하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에 기용될 가능성도 나온다. 강남일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은 대검 차장이 유력시 된다.
김건호·배민영·김달중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