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5일 강원도 원산 북쪽 호도반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지난 5월 9일 평안북도 구성 일대에서 단거리 미사일 2발을 쏜 지 77일 만이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이날 “북한이 오전 5시 34분과 5시 57분쯤 발사한 미사일 2발은 단거리 미사일”이라며 “첫 번째 1발은 430여㎞를 날아갔고 두 번째 1발은 한·미 정보 당국의 공동평가 결과 690여㎞를 비행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이날 두 번째 발사한 미사일의 비행거리가 690여㎞인 것은 우리나라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가는 것을 뜻한다. 발사지점인 원산에서 미사일이 날아가면 제주도는 물론 일본 후쿠오카와 히로시마까지 타격할 수 있다.
북한이 올 들어 세 번째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정부가 공식적으로 탄도미사일이라고 판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한 NSC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정확한 종류 및 재원 등은) 향후 한·미 간 정밀평가를 통해 최종 판단하기로 했다”며 “상임위원들은 이러한 북한의 행위는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완화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서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일본 교도통신도 “일본 정부 관계자가 북한이 발사한 2발의 비상체(발사체)에 대해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확인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북한 미사일이 탄도미사일로 규정되면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위반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한·미와 국제사회 대응 여부에 따라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9일 취임 2주년 특집대담에서 “유엔 안보리 결의 속에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지 마라’는 표현이 들어 있어 단거리라고 해도 탄도미사일이면 안보리 결의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등 대북제재 완화를 위해 미국을 설득하려는 문재인정부의 계획에도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해보인다.
북한은 지난 23일 신형 잠수함 건조 현장을 공개한 지 이틀 만인 이날 미사일을 발사해 ‘강경 모드’를 의도적으로 조성하고 있다. 특히 이번 미사일 발사는 23일 방한한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출국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이뤄졌다. 또 북한이 최근 문재인정부의 대북 식량지원 결정을 사실상 거부했다는 소식과 동시에 진행됐다. 강경 모드 연출은 다분히 남북 및 북·미 관계 등을 겨냥한 다목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30일 북·미 정상의 판문점 만남으로 조성된 대화 분위기에 확실한 변화를 주면서 내달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에 경고의 메시지를 계속 던지는 게 북한의 최근 행보다.
박수찬·김달중 기자, 워싱턴·도쿄=국기연·김청중 특파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