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4년 세종 16년 4월26일. 세종은 “여자 종이 아기를 낳으면 그 남편도 30일 뒤에 구실을 하게 하라”고 형조판서에게 지시했다(조선왕조실록 64권). 만삭이거나 출산 뒤 100일이 지나지 않은 여종에게 일을 시키지 않도록 명령했지만 돌봐 줄 사람이 없어 잇따라 목숨을 잃자 후속 조치를 한 것이다. 여자 종에게 출산휴가 100일을, 남자 종에게는 일종의 ‘육아휴직’ 30일을 준 셈이다. 실록에 노비(婢子)와 천민의 처(役人之妻)로 기록, 하층민들에게만 적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시대를 앞선 혜안이 읽힌다.
독일의 첫 국방장관을 지낸 ‘여장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7남매의 엄마다. 남편은 의사이자 기업 대표다. 많은 자녀를 키우면서도 사회활동이 활발한 비결을 묻자 “육아는 주로 남편이 담당한다”며 “더 많은 남성들이 내 남편을 본받아야 한다”고 일갈했다.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는 2015년 첫딸이 태어나자 두 달간 육아휴직을 갔다. 페이스북은 남녀 직원 모두에게 4개월의 유급 육아휴직을 주고, 상사가 ‘쓸 것인지’가 아니라 ‘언제’ 쓸 건지를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