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9일째' 조은누리, 하산 중 갈림길서 헤맸나…父 "길 잃을 가능성↓"

"실종 조은누리양 찾아라" 군·경·소방 일주일째 수색 지난 23일 가족과 함께 등산을 나섰다가 청주 가덕면 무심천 발원지 일대에서 실종된 조은누리양을 찾기 위해 군·경·소방 합동 수색이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다고 충북소방본부가 29일 밝혔다. 수색에는 육군 37사단 장병, 경찰, 소방 구조대 200여명과 소방청 구조견 2마리, 군견 1마리, 군·경찰·지자체가 보유한 드론 10여대가 투입됐으나 조양의 흔적은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2019.7.29 [충북지방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2019-07-29 10:31:54/ <저작권자 ⓒ 1980-2019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지난 23일 충북 청주에서 실종된 중학생 조은누리(14·사진)양을 찾기 위한 수색작업이 9일째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조양이 내려오는 길목에 있는 갈림길에서 헤맸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조양과 어머니, 공부방을 함께 다니는 친구, 다른 부모 등 10여명은 23일 오전 9시30분쯤 충북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내암리의 한 계곡을 찾았다.

 

도시락을 먹고 물놀이를 하는 등 시간을 보낸 조양 일행은 오전 10시15분쯤 무심천 발원지가 있는 산 정상 부근까지 등산하기로 했다.

지난 23일 오전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무심천 발원지 인근에서 조은누리(14)양이 지인들과 함께 나들이하고 있다. 이 사진이 촬영된 지 약 30분 뒤 조양은 일행과 떨어진 뒤 실종됐다. 청주=연합뉴스

 

조양의 아버지 조한신(49)씨는 “학부모들이 청주의 젖줄인 무심천 발원지를 한 번 보고 가는 것이 교육 차원에서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을 했다”라며 “딸은 약 520m 정도 올라가다가 ‘벌레가 많아 더는 못 가겠다’고 아내에게 말한 뒤 혼자서 산에서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경찰 조사결과 조양은 오전 10시40분쯤 일행과 헤어져 홀로 산에서 내려왔다. 나머지 일행은 무심천 발원지까지 680m 정도 산행을 더 진행했다.

 

목적지에 도착한 일행 가운데 남자아이 2명이 오전 11시쯤 먼저 산에서 내려갔고, 조양의 어머니 등 나머지 일행은 정오쯤 하산했다.

 

남자아이들은 “내려왔을 때부터 조양이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양의 어머니는 “아이가 물놀이했던 장소로 당연히 내려가 있을 줄 알았다”며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29일 오후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무심천 발원지 일대에서 육군 37사단 장병이 군견을 이끌고 지난 23일 실종된 조은누리(14)양을 찾기 위한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청주=연합뉴스

 

조양이 혼자 내려왔을 것으로 추정되는 520m 산길은 폭 3m 정도의 임도(林道)이며, 경사는 대체로 완만했다. 승용차가 다니기는 쉽지 않지만, 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은 통행이 가능했다.

 

산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목에는 갈림길이 하나 있었다. 하산 방향을 기준으로 좌측은 다른 산으로 이어지는 길이고, 우측이 조양의 목적지로 가는 길이다.

 

조양이 길을 잘못 들었더라면 이 갈림길에서 헤맸을 가능성이 높다. 현장을 둘러본 한 전문 산악인은 “시야가 트이는 갈림길이 나오기 전까지는 길 양쪽으로 수풀이 우거진 데다 나무가 가로막고 있어 길을 벗어나 산속으로 들어가긴 힘들어 보인다”면서도 “갈림길 좌측은 오르막으로 이어지는 산길인데 조양이 목적지 200m를 앞두고 오르막을 택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이 산악인은 “조심스럽지만 조양이 제대로 산에서 내려온 뒤 누군가에 의해서 행방불명이 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조양의 아버지 역시 “(조양은)길눈도 밝고 되돌아온 길은 꼭 찾아서 돌아가곤 했다”며 “내암리 냇가는 서너 번 온 적이 있어서 하산 도중에 길을 잃어버렸을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37사단 장병들이 지난 23일 충북 청주에서 실종된 여중생 조은누리(14)양을 찾는 수색작전을 위해 25일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청주=뉴시스

 

여전히 실종 상태인 조양을 찾기 위해 수사당국은 31일 ▲경찰관 78명 ▲소방 특수구조대 28명 ▲육군 특공부대 등 군 장병 494명 ▲공무원 25명 등 인력 625명과 드론 9대, 수색견 14마리 등의 장비를 투입해 조양이 실종된 주변을 수색하고 있다.

 

이날 수색에는 조양의 특수학급 담임교사와 충북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언어 심리치료사 등 발달장애 전문가 3명도 투입됐다.

 

이들은 조양의 평소 행동 습성과 낯선 사람에 대한 반응, 지리 감각 등을 토대로 조양이 이동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을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다.

 

지적장애 2급인 조양은 실종 당시 회색 상의와 검은색 치마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어깨 정도 긴 머리를 묶었고 파란색 안경테를 착용했다. 151㎝ 키에 왼손잡이다. 보통 사람보다 말이 느린 편이다.

 

소봄이 온라인 뉴스 기자 sby@segye.com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