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관악의 선율, 한여름 제주 밤하늘 수놓는다

제주국제관악제·관악콩쿠르 8일 개막

바람의 섬 제주. 제주의 바람은 관악(Wind)과 음을 같이한다. 바람이 만들어내는 제주의 자연과 문화 그리고 사람의 숨결로 빚어내는 관악의 선율이 제주를 수놓는다. 폭염이 맹위를 떨치는 제주에 금빛 나팔 소리가 빚어내는 시원한 바람의 하모니가 울려 퍼진다.

 

◆제주 관악의 금빛 선율로 물들인다

2019 제주국제관악제와 제14회 제주국제관악콩쿠르가 오는 8∼16일 제주도문예회관, 제주시 탑동 해변공연장, 서귀포예술의전당, 천지연폭포 야외공연장과 성산·고산·도두·대평 등 마을에서 43회 공연이 펼쳐진다. 제주 섬 전체가 관악 공연 무대다.

지난해 열린 ‘우리동네 관악제’에서 외국인 관악단이 공연을 하고 있다. 제주국제관악제 조직위원회 제공

축제는 제주도와 제주국제관악제조직위원회가 공동 주최한다. 25개 나라 4200여명이 ‘섬, 그 바람의 울림!’을 주제로 제주를 관악의 금빛 선율로 물들인다. 역대 최대 규모다. 개막 공연은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내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세계 정상급 관악연주자들이 출연해 연주력의 한계에 도전하는 마에스트로 콘서트와 전문앙상블 공연 등은 문예회관대극장에서 열린다. 청소년 관악단의 날, 동호인 관악단의 날 등은 서귀포 예술의전당에서 펼쳐진다. 관악의 특별한 매력으로 한여름 밤을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야외공연은 매일 저녁 제주해변공연장과 천지연폭포 야외공연장에서 만날 수 있다.

개막공연 테마는 ‘제주’다. 제주도립서귀포관악단(지휘 이동호)에 의해 제주 출신 재일동포 작곡가 고창수의 ‘3개의 제주민요’가 첫 순서다. 세계 최고의 트럼펫 연주자 세르게이 나카리아코프, 카운터테너 이동규, 도쿄필하모니 클라리넷 종신 수석 조성호의 협연에 이어 고승익 작곡 문충성 시 ‘이어도’를 비롯, 제주를 주제로 한 합창곡이 제주도립합창단에 의해 울려 퍼진다.

9일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오늘의 관악곡 공연’은 국내 젊은 작곡가 5인의 창작관악곡 초연무대로 제주국제관악제의 음악적 생산성을 높이려는 기획프로그램이다.

스페인이 자랑하는 세계 최고 금관5중주단의 하나인 ‘스패니시 브라스 창단 30주년 기념공연’은 조직위가 제주국제관악제에 7회나 참가한 그들을 위해 마련한 특별무대다.

예술의 나라 프랑스의 관악 걸작품을 만날 수 있는 ‘프랑스 관악작품 조명’은 프랑스공화국수비대관악단 상임지휘자 프랑수아 블랑제의 지휘로 한국 해군군악대가 연주한다.

외국인 관악단이 제주시 해변공연장에서 연주를 하고 있다.

광복절인 15일 제주해변공연장에서 열리는 경축공연 테마는 ‘대한민국과 세계’다. 이번 관악제에 참여한 스페인, 벨기에, 프랑스, 한국 팀들로 구성된 제주국제관악제연합관악단과 제주도립합창단, 시민연합합창단(부산 용마코러스, 목포 가곡사랑합창단, 신성여고동문합창단, 카멜리아코러스, 제주남성합창단, 제주장로합창단)이 안익태 작곡 ‘한국환상곡’을 협연한다. 이 공연은 같은 날 열리는 국내 다른 경축공연들에 비교될 만한 최고의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유럽을 무대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한국 출신의 젊은 지휘자 아드리엘 김이 지휘봉을 잡는다.

2017년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서귀포시 안덕면 대평리 해녀들과 시작된 ‘해녀와 함께하는 관악제’는 올해 제주시 도두와 서귀포시 성산포 해녀들이 동참해 4곳에서 진행한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제주 해녀의 호흡과 숨비소리는 관악의 발음원리와 맞닿아 있어 외국 관악단들이 선호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관악콩쿠르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

관악 콩쿠르 중 세계 최대 규모의 경연으로 손꼽히는 제14회 제주국제관악콩쿠르가 관악제와 동시에 개최된다. 이 콩쿠르는 2009년 유네스코 산하 국제음악콩쿠르세계연맹에 등록되면서 국내에서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는 3대 콩쿠르로 자리 잡았다. 8개 부문 중 4개 부문씩 격년제로 진행되며 올해는 트럼펫, 호른, 테너트롬본, 금관 5중주 부문이 진행된다. 예년 평균 180명이던 참가자가 258명으로 늘어 역대 최대 규모다. 국내인이 2위 이내 입상할 경우 군 복무에 따른 병역 혜택이 주어진다.

이 경연에 금관 5중주 2개 팀, 개인 부문 3명 등 제주 출신 젊은이들의 세계를 향한 도전도 주목된다.

유명 악기제조사들의 협찬도 이어졌다. 부문별 3위까지의 시상금 외에 프랑스 꼬르또와, 네덜란드 애덤스, 일본 야마하, 독일 리틴, 중국 진바오 등에서 부문별 1위 입상자에게 부상으로 관악기를 제공한다. 국제호른협회(IHS)는 호른 우승자에게 1000달러를 수여한다.

시상식과 입상자 음악회는 폐막일인 16일 제주아트센터에서 제주도립교향악단과의 협연으로 펼쳐진다. 지휘는 제주도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정인혁, 폴란드 쇼팽음악원 교수 자이몬 카발라이다. 시상식에 앞서 프랑스에서 온 관악앙상블 삭스백(Saxback)의 공연도 만날 수 있다.

◆제주 관악, 6·25전쟁 당시 뿌리내려

제주의 관악은 6·25전쟁을 전후해 금빛 나팔 소리로 제주 사람들의 슬픔을 달래며, 천진스러운 동경과 꿈을 심어주었다. 제주국제관악제는 제주 토박이 관악인들에 의해 1995년에 처음 개최된 이후 야외연주가 용이한 관악의 특성을 살려 제주의 자연·문화가 어우러진 대표 관악축제로 자리 잡았다. 특화한 공연과 콩쿠르의 융화로 예술성과 대중성, 전문성을 고루 추구하며 한국의 대표적인 음악축제로 성장했다. 검인정 음악 교과서에 한국 대표음악축제 중의 하나로 소개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전문 관악축제로 인정받고 있다. 제주국제관악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화예술진흥기금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실시한 2017년 지역대표공연예술제 지원사업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모든 공연은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개막 공연은 한정된 좌석으로 인해 예약을 받고 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