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라면) 진짜 맛있겠다. 숨어서 먹어야지!”
아빠와 함께 키즈카페에 놀러 간 이보람(6)양. 한참을 놀더니 허기진 배를 부여잡고 키즈카페 내 매점으로 향한다. 보람이가 매점에서 고른 것은 평소 즐겨먹던 ‘짜장라면’이다. 보람이는 짜장라면을 능숙하게 비비더니 젓가락으로 돌돌 말아 입안 가득 밀어넣는다. 순식간에 짜장라면을 다 먹더니 부족했는지 또 다른 라면을 주문한다.
◆키즈 유튜버 양성 사교육도 성행
최근에는 키즈 유튜버를 양성하는 전문 컨설팅과 사교육도 성행하고 있다. 서울 성북구의 한 스피치 학원은 방학을 맞아 ‘키즈 유튜버’ 강의를 개설했는데, 8차례 진행되는 강의가 순식간에 마감됐다. 이 학원 관계자는 “유튜브에서 하고 싶은 말을 정리하는 법이나 발음, 목소리 연출 등을 특강 형식으로 강의하고 있다”며 “잘하면 내가 좋아하는 유튜버처럼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아이들이 자신감을 키워가고 있다”고 말했다.
키즈 콘텐츠의 경우 아이들의 일상을 담는 것만으로 흥행 가능성이 높아 성인 유튜버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다는 평가도 있다. 인기 유튜버를 여럿 보유한 MCN(다중채널네트워크) 업체 관계자는 “성공한 키즈 유튜버의 사례를 보면 부모가 원래 영상편집에 관심이 있었고 아이와 함께 노는 과정을 담아 올리다 우연히 뜨는 경우가 많았다”며 “과거 아역배우들처럼 외모가 중요하지 않고 자극적인 콘텐츠보다 지속적인 콘텐츠를 올리는 키즈 유튜버들이 좋은 반응을 이끌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치열해지는 경쟁에 ‘아동학대’ 우려도
키즈 유튜버 광풍에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어린 자녀를 유튜브에 출연시켜 수익을 노리는 일종의 ‘애테크’(어린 애+재테크)가 늘면서 아동학대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실제 자녀를 유튜브에 출연시킨 부모들이 조회 수를 높이기 위해 무리한 행동을 시키거나 자극적인 주제를 다뤄 종종 논란이 일기도 한다.
지난달 한 유튜브 채널은 여섯 살 쌍둥이에게 10㎏짜리 대왕문어를 통째로 먹게 하는 영상을 올려 빈축을 샀다.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가학적이다’, ‘합법적 앵벌이다’며 비판했고, 쌍둥이의 아버지는 사과와 함께 해당 영상을 삭제 조치했다.
보람튜브도 2017년 당시 4살인 이양에게 자동차 운전을 하게 하고, 임신을 가장한 연기를 유도하는 등의 영상을 올려 아동보호단체로부터 고발당한 바 있다. 당시 법원은 이양 부모에게 아동보호기관의 상담을 받으라는 보호처분을 내렸다.
일각에서는 모두에게 개방된 유튜브 플랫폼의 특성이 아동학대의 우려를 높인다고 지적한다. 플랫폼의 진입장벽이 없어 누구나 콘텐츠를 제작해 올릴 수 있지만 정작 콘텐츠에 대한 규제나 가이드라인은 허술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조회 수가 높을수록 수익이 증가하는 유튜브의 구조적 특성상 콘텐츠가 자극적으로 변질되는 것도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배철순 개인방송분석연구소 소장은 “보람튜브는 경쟁자가 적었던 시절부터 유튜브를 올려 해외 팬들을 많이 만들 수 있었지만 지금 시작하는 키즈 유튜버들은 경쟁우위에 서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미국서도 논란…아동 출연 유튜브 콘텐츠 대책 모색 시급
현재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의 경우 사실상 규제 범위의 밖에 방치돼 있다. 현실적으로는 플랫폼 사업자가 자체 규정이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관리하는 것 외엔 별다른 대안이 없다. 최근 미국에서 키즈 콘텐츠의 소아성애자 파문을 겪은 유튜브는 키즈 콘텐츠에 대해 비교적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지만, 플랫폼의 규모가 방대해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례로 유튜브가 자사의 아동보호 정책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지난 1분기 삭제한 콘텐츠만 80여만개에 달한다. 콘텐츠가 끊임없이 생산되는 플랫폼에서 아동을 온전히 보호하는 것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유튜브는 아동 콘텐츠를 별도의 ‘키즈 앱’으로 분리시키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동 콘텐츠의 댓글 기능과 아동 홀로 출연하는 라이브 방송도 제한했다.
근본적으로 아동을 수익활동의 목적으로 유튜브에 출연시키는 자체가 일종의 ‘노동’으로도 볼 수 있는 만큼 보다 엄격한 규제와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례로 연예인으로 활동하는 아동·청소년의 경우 정부가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으로 보호하고 있다.
고우현 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부 매니저는 “유튜브를 비롯해 아동이 직접 참여하는 콘텐츠에 대한 논의가 그동안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며 “현재로서 유튜브 등의 플랫폼에 대한 법률적 규제가 어렵다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의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승진·권구성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