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 예결위원장, 여야 추경 협상 중 '음주 심사' 의혹에 "내가 뭘…"

기자와 문답 도중 몸 가누지 못하고 '횡설수설'… 갑자기 사라지기도
김재원 국회 예결위원장이 1일 오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추경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나경원 원내대표 발언이 끝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추가경정예산안(추경) 감액을 두고 막바지 심사를 벌인 가운데, 국회 예산결산위원장인 자유한국당 김재원 의원이 음주 상태로 회의장에 나타났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여야는 애초 지난 1일 오후 2시 열기로 했던 국회 본회의를 오후 4시와 8시로 두 차례나 미룬 후 자정을 넘겨 열었고, 미세먼지·재해재난·경기 대응 등 7조2000억원 규모의 추경예산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 끝에 추경안 규모에만 겨우 합의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원안 고수를 주장하고 있고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적자 국채 발행규모인 3조6000억원 삭감을 요구하며 몇 시간째 대치 중인 상황이었다.

 

이날 김 위원장은 오후 11시10분쯤에서야 국회에 도착해 기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하는 과정에서 횡설수설하거나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아울러 술 냄새까지 풍긴 것으로 전해져 ‘음주 의혹’이 불거졌다.

 

김 위원장은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총액 합의 중 거의 마지막 단계”라며 “국채발행 등 모든 게 연계돼 있어서 목표액을 가지고 할 수가 없다. 더불어민주당의 선택만 남았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한 기자가 ‘약주를 한 잔 하신 것 같은데, 논의 와중에 한 것이라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자 김 위원장은 “아니 그냥 서로 편하게 이야기한 자리였다”고 답했다.

 

10여분 뒤인 밤 11시20분쯤 예결위원장실이 있는 국회 본청 6층 복도에서 김 위원장을 다시 만났다. 기자가 사진을 찍으려 다가가자 김 위원장은 “찍으려면 제대로 찍어라”라며 포즈를 취했고 “기자도 먹고살아야지”라고도 했다.

 

예결위원장실로 향하던 김 위원장은 돌연 기자에게 다시 돌아와 “사진을 찍으라고 했는데 동영상은 왜 찍냐”며 항의했다. 그러면서 기자의 호주머니에 손을 넣어 휴대폰을 달라고 했다.

 

기자가 술 냄새를 강하게 풍기는 김 위원장에게 ‘술을 마셨냐’고 묻자 그는 대답하지 않고 황급히 돌아섰다. 이어 ‘예결위 심사 중에 위원장이 술을 마셔도 되냐’는 질문에는 “내가 뭘 술을 마셨냐”고 부인했다.

 

또 모 예결위 간사는 “예결위원장이 심사 도중 몇 시간 동안 사라져서 경찰에 신고해서 찾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고 털어놨다.

 

김 위원장은 자정을 넘긴 시각, 민주당 이인영·한국당 나경원·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가 감액 규모와 추경 총액에 합의하자 나 원내대표에게 “나는 합의한 적이 없는데 왜 마음대로 합의를 하느냐”며 고함을 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번 추경안에는 동해안 산불과 포항 지진 피해 지원 예산, 일본 수출 규제 대응 예산이 포함돼 있었다. 시급한 현안에도 불구하고 이날까지 99일 동안 국회에 계류되며 역대 두 번째 장기 계류한 추경이라는 오명까지 더해져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소봄이 온라인 뉴스 기자 sby@segye.com

사진=한겨레TV 유튜브 영상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