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수출 규제로 한일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일본 최대 국제예술제에 출품된 ‘평화의 소녀상’이 행사 개막 사흘 만에 전시가 중단됐다.
아이치 트리엔날레 관계자는 3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과 오오무라 히데아키(大村秀章) 아이치현 지사의 일방적인 통보로 ‘표현의 부자유, 그 후’ 전시가 오늘 오후 6시를 기점으로 중단됐다”라고 밝혔다.
지난 1일부터 아이치(愛知)현 나고야(名古屋)시 아이치현문화예술센터에서 열려온 이 예술제는 그동안 외압으로 제대로 전시되지 못한 현대미술 작품을 한데 모아 선보이기 위해 아이치 트리엔날레 기획전 형식으로 마련됐다.
그러나 일본 중앙정부가 이번 행사의 보조금 내역을 조사하겠다고 밝히는가 하면 나고야시장을 비롯한 지자체장까지 합세해 전방위 압력을 가하고, 우익 성향 시민들의 집단 항의가 이어지면서 다시 사흘 만에 전시 전체가 문을 닫게 됐다.
전시를 준비한 큐레이터들과 참여 작가들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중단 통보를 받은 큐레이터들은 전시장 바깥에서 일본 정부와 아이치현 측의 조처에 대한 항의문을 작성 중인 상황이다.
이날 오전 귀국한 김운성 작가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소녀상 철거는 일본 스스로 표현의 부자유를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성토했다.
김 작가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통과 극복이 담긴 소녀상을 전시함으로써 일본시민과 대화하려는 것인데 일본 정치인들이 끝내 이를 저지하는 것을 보면서 역시 저들 정치인은 평화를, 진실을 알려 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