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이 한창이다. 산이냐, 바다냐, 해외냐 다양한 선택을 두고 고민하다 계획을 세우고 즐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비장애 성인’의 기준이다. 장애인에게 휴가 맞이 여행은 쉽지 않은 일이다. 장애인 10명 중 8명이 편의시설 부재, 비용 부담 등으로 여행을 포기한 적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었다.
여행이 어려운 장애인들을 위해 애쓰는 이가 있다. 더 많은 장애인이 불편함을 최소화한 여행을 할 수 있게 목소리를 내는 홍서윤(32) 한국장애인관광협회 대표가 주인공이다. 지방자치단체, 학교 등과 함께 관광지 조사 및 개발, 장애인도 이용하기 쉬운 관광지 자문, 관광서비스종사자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조금씩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휠체어 및 유모차 탑승이 가능한 리프트 버스가 운행되고 있고, 무장애 관광지 조성 사업도 진행 중이다. 여행사들은 무장애 관광 상품을 내놓고 있는데, 장애인뿐 아니라 어르신 효도관광으로도 많이 팔리고 있다고 한다.
홍 대표는 “바뀌고 있어 다행”이라면서 “여전히 부족한 점은 있다”고 했다. 가장 큰 어려움으로 숙박 문제를 지적했다. “지방 일정이 있으면 방을 못 구해 쩔쩔매는 일이 다반사”라고 한숨 쉬었다.
장애인편의증진법 시행령에는 30개 이상 객실을 갖춘 숙박업소는 전체 객실수의 1% 이상을 무장애 객실로 만들게 돼 있는데, 실제론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홍 대표는 “지방 소규모 호텔에 전화해 장애인 객실이 있느냐고 물으면 대답은 ‘장애인 객실이 있지만 운영하지 않는다’, ‘공사 중이다’, ‘장기 투숙객이 있다’ 세 가지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그는 “설치기준은 있으나 운영 기준은 없기 때문”이라며 “장애인 여행 수준이 높아지고, 욕구도 많아지고 있는데 체류형 관광이 힘들어 여행의 폭이 넓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홍 대표가 이처럼 여행에 집중하는 이유는 장애인들이 사회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서다. 홍 대표는 “장애인들을 밖으로 나오게 해 다양한 활동을 해보면서 변하게 된다”며 “여행을 통해 움직이기 시작했고, 유튜버 활동 등 자신만의 색깔을 만드는 분들도 생겨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과거 사고로 장애가 생겨 집안에만 있던 분이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뒤 힘을 얻게 됐다고 소감을 전하셨다”며 “평범한 생활이 붕괴됐다고 괴로워했으나 여행을 하면서 일상을 찾을 수 있구나 느꼈다고 해 마음에 와 닿았다”고 말했다.
홍 대표 자신도 경험한 일이다. 10살 때 병으로 걸을 수 없게 됐지만 성인이 돼 운전하고, 혼자 여행을 다니면서 못 할 것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2013년 그는 혼자 휠체어를 타고 한 달 동안 유럽 7개국 26개 도시를 여행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드론을 활용한 관광지 조사, 무장애 관광 산업 활성화, 서비스 교육 등등 줄줄이 내놓았다. 여행 콘텐츠와 관련해서는 카누, 낚시 등 장애인도 할 수 있는 체험형 관광 도입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일이 많아 휴가 일정은 미정이라는 그. “좋아하는 여행이 ‘일’이 되면서 정작 여행 갈 시간이 없어졌네요”라며 웃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