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기업, 정치권이 힘을 합쳐 일본과의 경제전쟁에 총력 대응하고 있다. 전략물자 수출우대국인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한 일본의 2차 경제보복에 맞서 주말 내내 머리를 맞대며 대책마련에 주력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4일 국회에서 고위당정청협의회를 열고 소재·부품 산업의 탈(脫)일본을 골자로 한 대비책을 협의해 발표했다. 우선 내년도 본예산을 편성할 때 일본 경제보복에 대응하기 위한 예산을 ‘최소 1조원 플러스 알파’ 규모로 반영하기로 했다. 또 범정부적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위원회를 구성하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접 위원장을 맡도록 했다. 당정청은 이를 뒷받침할 실무 추진단의 조속한 설치를 정부에 요청하고 당내 일본경제침략대책특위 등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회의 후 브리핑에서 “우리 산업 핵심 요소인 소재, 부품, 장비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두고 예산, 법령, 세제, 금융 등 가용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정청은 이날 회의에서 국내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육성을 끌어내기 위한 각종 지원책도 종합적으로 점검했다. 특히 기술독립을 위해 장기적 관점의 연구·개발이 가장 중요하다는 업계 의견을 받아들여 중소 부품·소재기업의 연구 인력 확보를 지원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성윤모 장관 주재로 서울 무역보험공사에서 11개 업종별 협회·단체 대표와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업종별 영향 점검회의’를 열었다. 업종별 대표들은 정부의 지원과 제도 개선 등을 적극 건의했다.
성 장관은 “정부와 업계가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 가장 효율적으로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한다”며 “정부는 비상한 각오 아래 가용한 모든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기업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데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5일 ‘일본 수출규제대응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대책에는 100여개 전략 핵심품목을 중심으로 연구·개발(R&D) 등에 매년 1조원 이상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는 방안 등이 포함된다.
일본에 대한 ‘상응조치’로 거론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폐기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에 대한 검토는 5일 정부 대책 발표 과정에서 포함될 전망이다.
최형창·우상규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