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장 만남 지연 이목 / 취임 10일 지나도 경찰청 안 찾아 / 전임 문무일 4일 만에 방문 대조 / 수사권 조정 놓고 ‘신경전’ 분석에 / 청문회 허위답변서 의혹 고려한 듯
취임한 지 10일이 지난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 등 민감한 현안을 논의해야 할 경찰청 방문 계획을 미루고 있어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에 대해 별다른 움직임 없이 숨죽이고 있는 검찰과 윤 총장의 인사청문회 당시 허위답변서 제출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감지된다.
5일 검찰에 따르면 윤 총장은 오는 9일 있을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의 면담 이후 경찰청을 따로 방문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문무일 전 검찰총장은 취임 이후 나흘 만에 경찰청을 찾은 바 있다. 퇴임 이후에도 인사차 헌재를 찾았다가 예고 없이 경찰청을 깜짝 방문해 민갑룡 경찰청장과 즉석 만남이 이뤄졌다.
윤 총장 측의 경찰청 방문 계획이 정해지지 않은 것과 관련, 검경의 최대 현안인 수사권 조정을 두고 두 수장 간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서는 윤 총장이 문 전 총장 때와 달리 큰 틀에서 검경수사권 조정법안에 대해 공개적인 반대를 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취임 직후 단행된 검사장 및 중간간부 인사 여파로 검사 60여명이 잇따라 무더기 사퇴하며 예정에 없던 추가적 후속 인사가 나는 등 검찰 내부가 뒤숭숭한 상황이어서 분위기 수습이 급선무인 상태다.
또 특수통 출신인 윤 총장의 성향상 직접 수사를 건드리지 않는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거부감 자체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윤 총장은 총장 취임 후 공식적으로 수사지휘권 폐지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민갑룡 경찰청장. 연합뉴스
앞서 민갑룡 경찰청장은 복수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윤석열 총장도 검경수사권에 대해 큰 틀에서 찬성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윤 총장은 인사청문회에서 수사권 조정안에서 경찰과 첨예하게 대립한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인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향후 수사권 조정의 실무를 책임질 대검 기획조정부와 형사정책단은 문 전 총장 때와는 달리 어떠한 움직임도 없는 상태다.
경찰의 수사 선상에 올라와 있는 윤 총장이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한동안 경찰청 방문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앞서 윤 총장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뇌물 의혹 사건에 대해 허위답변서를 제출한 혐의로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당했다. 해당 사건은 현재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수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