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 심화에 이주열 "외환시장 안정 위해 유동성 여유롭게 관리"

한은 "필요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 금융위 "증시 상황별 비상대응…공매도 규제도 정책수단"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6일 “일본 수출규제에 더해 미·중 무역분쟁 심화로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진 만큼 시장의 안정, 특히 외환시장의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한은 간부들을 소집해 중국을 상대로 한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관련 금융·외환시장 점검회의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시중 유동성을 여유롭게 관리하는 한편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은은 ‘여유로운 유동성 관리’의 방법과 관련, 필요 시 환매조건부채권(RP)을 사들이는 방법을 제시했다.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져 은행 등이 일시적으로 자금이 부족해지면 이들 금융사가 발행한 RP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보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면 단기 금융시장에서 은행들은 일시적인 자금 부족을 겪을 수 있다.

 

또 외환 당국이 시장에 개입해 외환보유액이 줄어 자금 부족 가능성이 있다.

 

외환보유액의 여유금이 지급준비금 시장으로 흐르는 탓이다.

 

한은은 그동안 단기 금융시장인 지준 시장에서 7일 만기의 RP, 28일 만기의 통화안정증권 등을 발행해 시장의 유동성을 흡수하며 콜 금리를 일정하게 유지해 왔다.

 

금융위 "증시 상황별 비상대응…공매도 규제도 정책수단"

 

금융당국도 최근 시장 불안과 관련해 비상대응계획(컨틴전시 플랜)을 활용해 상황에 맞는 조치를 적시에 시행할 것이라고 이날 강조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애널리스트,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증권시장 상황 점검을 위한 금융투자업계 간담회’를 주재하면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증권시장 상황 점검을 위한 금융투자업계 간담회’를 주재하고 모두발언을 통해 “단계별 컨틴전시 플랜을 이미 준비해 놓고 있다”며 “주식시장 수급 안정과 변동성 완화를 위한 증권 유관기관 및 기관투자자 역할을 강화하는 데서부터 자사주 매입 규제 완화, 공매도 규제 강화, 일일 가격제한폭 축소 등에 이르기까지 가용한 모든 정책수단 중에서 적절한 정책을 취사선택해 신속, 과감하게 대처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손 부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을 상대로 시장에 정확한 정보를 전파해주고, 불안 심리로 급변할 때에는 증시의 주요 기관투자자로서 역할도 충실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또 ”일본의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 우대국) 배제 조치로 당장 전반적인 금수 조치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는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을 마련하는 등 적극 대응하고 있으므로 투자자들은 불안 심리를 자제하고 차분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어 ”우리 금융시장이 그간 많은 외부 충격을 받았었지만 양호한 대내외 건전성으로 조기 극복해 왔다”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6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관련 시장 불안 등을 극복한 우리 금융시장의 ‘기초체력’은 견조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우리 증시는 그간 글로벌 유동성 확대에 의존한 ‘오버슈팅’(지나친 상승)이 발생하지 않았고, 글로벌 주식시장에 비해 기업의 순자산 대비 주가 비율(PBR)이 높지 않은 만큼 저평가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