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공사(KIC)가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전범기업에 5000억원가량을 투자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우리나라 대표 국부펀드가 일본 전범기업에 투자하는 게 과연 적절한지에 관한 논란이 예상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 소속 김경협 의원(더불어민주당)은 9일 “KIC는 일본 전범기업 46개사에 4억1200만달러(약 4985억원)를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김 의원에 따르면 KIC의 일본기업 주식투자 총액은 34억3000만달러이고 일본 채권투자 총액은 69억6000만달러다. 대일 주식투자의 경우 전체 해외주식 투자액(464억달러)의 7.4%에 해당하고 채권투자액은 전체(483억달러)의 14.4%를 차지한다.
KIC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으로부터 외환보유액 1026억달러를 위탁받아 해외의 주식·채권·부동산 등 대체자산에 투자하는 국부펀드다. 2019년 현재 투자운용액은 1445억달러(약 175조원) 정도다.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일으킨 영국 레킷벤키저(옥시코리아 본사)와 자동차 배출가스 조작 사건의 독일 폭스바겐 등에 투자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 의원은 “KIC는 지난해 말 자체적으로 해외기업 투자에서 수익성과 같은 재무 요소 외에 환경·사회·지배구조 등의 요소를 고려하는 사회적책임투자(스튜어드십코드) 원칙을 수립·공포했다”며 “하지만 이번에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투자 내역이 확인되면서 말로만 사회적 책임투자를 외쳤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말로만이 아닌 실제로 사회적책임투자를 실천하고 있는 해외 국부펀드는 있다. 노르웨이 GPFG(정부연금펀드)와 네덜란드 ABP(공무원연금) 등은 무기제조·담배생산 기업, 국제인도주의법 위반 및 토착원주민 권리 침해 기업을 투자 배제기준으로 정하고 있다. 이들 펀드는 한국의 풍산, 한화, KT&G 등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김 의원은 “KIC가 ‘투자대상 기업에서 중대한 환경·사회·지배구조 문제가 확인되면 의결권 행사, 주주 관여 등의 권리를 행사한다’는 사회적책임투자 원칙을 세워 놓고는 있지만 구체성이 결여돼 있다”며 “유명무실한 국부펀드의 사회적책임투자 운용기준이 더욱 구체화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날 KIC의 일본 전범기업 투자를 제한하는 내용의 ‘일본 전범기업 투자제한법’(한국투자공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일제강점기 우리 국민을 강제동원한 기록이 있는 일본 전범기업에 대해서는 투자를 제외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