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5년 9월 29일 조선의 궁궐 경복궁이 완성됐다. 1394년 10월 한양 천도를 단행하고 12월 공사를 시작한 지 10개월 만이었다. 궁궐의 규모는 전체 755칸 정도로 성리학에서 추구하는 검소와 절약 정신이 반영돼 있었다.
태조 이성계는 판삼사사(判三司事) 정도전에게 새 궁궐과 여러 전각의 이름을 짓게 했다. 정도전은 새 궁궐의 이름을 경복궁이라 할 것을 건의했다. 태조가 궁의 완성을 축하하는 잔치에서 술잔이 세 번 오간 것에 착안해, ‘시경’의 주아(周雅)에 나오는 ‘이미 술에 취하고 이미 덕에 배부르니 군자(君子)는 영원토록 그대의 경복(景福: 큰 복)을 누리리라’는 대목을 인용한 것이었다. 정도전은 또한 ‘춘추’에서, ‘백성을 중히 여기고 건축을 삼가라’ 했다면서, 왕이 된 자는 넓은 방에서 한가히 거처할 때에는 빈한한 선비를 도울 생각을 하고, 전각에 서늘한 바람이 불게 되면 맑고 그늘진 것을 생각해 본 뒤 만백성의 봉양하는 데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고 했다. 민본사상의 구현이 새 왕조의 가장 중요한 목표임을 언급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