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솥' 출구없는 폭염…사람도 가축도 피해 속출

전남과 광주지역에 열흘 넘게 폭염이 지속되면서 밤 열대야까지 겹쳐 각종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병원에는 여름감기를 호소하는 환자들도 급증하고 있다. 

 

특히 밀식사육을 하는 닭·오리·돼지 등 가축들도 폭염을 견디지 못하고 집단 폐사하고 있다. 집 안에 있는 애완동물도 폭염을 견디지 못하고 탈진하는가 하면 산책길에 달궈진 아스팔트 바닥에 발바닥을 데여 치료를 받는 등 동물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출구없는 폭염과 무더위에 지친 오리들이 힘겹게 물을 마시고 있는 모습. 뉴시스

11일 기상청에 따르면 광주·전남은 강한 일사와 동풍의 영향으로 내륙지역 기온이 33도를 웃도는 등 폭염이 오늘까지 지속되고 있다. 이후에도 당분간 30도 안팎의 무더위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폭염 질환에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 지난 8일 질병관리본부는 여름 더위가 시작된 5월 20일부터 8월 7일까지 광주 26명, 전남 131명(사망 1명 포함) 등의 온열 환자가 발생했다. 전남에서는 올해 첫 온열 질환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난 7일 오후 8시 40분쯤 보성군 미력면 들녘에서 낮부터 밭일하던 백모(여·77)씨가 탈진으로 쓰러진 채 발견,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또 각 병원에는 에어컨 등의 냉방기기 사용 증가에 따른 감기 환자가 평소보다 30% 이상 늘었다. 지난 6일 기준 전남 240농가에서 16만2197마리의 닭·오리·돼지가 폭염으로 폐사했다. 전남도는 밀식사육 등을 따른 부작용으로 보고 축사 온도 낮추기 등을 지원하고 있다.

 

야생동물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6일 광양시 중동 부두 인근 공장에서 야생 족제비가 탈수 증상으로 쓰러져 있는 것을 공장 관계자들이 발견해 신고하기도 했다. 폭염 때문에 동물병원을 찾는 반려동물도 급증하고 있다. 폭염에 산책을 나갔다가 발바닥에 화상을 입어 물집이 잡히거나, 혼자 집에 있다가 탈진한 반려견이 동물병원으로 긴급 호송되는 사례도 있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지난 8일 오후 2시를 기해 함평만 해역에 올해 첫 고수온 주의보를 발령했다. 고수온주의보는 바다의 온도가 28도에 도달했거나 도달할 것으로 예측될 때 발령된다. 바다 수온이 올라가면 적조 발생 등으로 양식장이 큰 피해를 입게 된다. 이와 관련 전남도는 지난 2일부터 적조 발생 우심해역 60개 지점에 대해 주 2회 정기예찰과 수시예찰을 하고, 기동대응반 운영을 통한 방제활동 지원에 나서고 있다.

 

무안·광주=한승하 기자 hsh6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