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항목 최소화해 가입 문턱 낮춰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고지항목을 1∼2개로 최소화한 초간편심사보험 상품이 최근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꼭 필요한 보장인지 따져봐야
최근 보험사들이 초간편심사보험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는 것은 기존 보험에서 소외된 유병 고령층의 보험 가입 욕구와 새로운 시장을 찾던 보험사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가구당 보험 가입률은 98.4%로 거의 포화 상태다. 한편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암 등 주요 질병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하고 싶어하는 고령층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보험상품은 많지 않다.
실제로 초간편심사보험이 출시되면서 지난달 주요 손해보험사의 유병자보험 상품 판매가 급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초간편심사 상품이 등장한 이후 유병자보험 시장이 커져 현재 손보업계에서 종합건강보험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며 “과거 병력을 이유로 기존 유병자보험에도 가입하지 못했던 소비자들이 가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병자보험 시장이 확대되면서 과열경쟁 조짐도 보이고 있다. 적정 보험요율 자료가 쌓이지 않은 새로운 상품에 무리하게 보장을 강화하면 손해율이 오르고 이는 결국 소비자에게 보험료 인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
앞서 보험사들은 지난해 치아보험, 올해 치매보험을 앞다퉈 출시하면서 진단비를 경쟁적으로 올린 바 있다. 치매보험 진단비는 한때 3000만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에 보험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 발생 우려가 나오자 금융감독원은 각 보험사에 누적 보험금의 가입한도를 제한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초간편심사보험은 현재 출시돼있는 보험상품 중에서 유병자에게 가장 가입조건이 완화된 상품이다. 확률적으로 향후 질병 발생 위험이 높은 유병자를 대상으로 한 상품이기 때문에 그만큼 보장 범위도 제한적이다. 대부분의 상품은 암 등 주요 몇 가지 질병에 대한 진단비 위주로 구성돼있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손해보험연구실장은 “보험시장이 포화된 해외에서도 유병자와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보험시장이 넓어지는 추세”라며 “예전 유병자보험은 보험료에 할증을 붙여서 건강한 사람과 같은 수준으로 보장했다면 요즘은 유병자들의 보험가입 문턱을 더 낮추면서 보장하지 않는 영역을 확대해 출시하는 경향이 있어 꼭 필요한지 잘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