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비실에 에어컨 자비로 달아 준 과기부 장관 후보자 최기영·백옥순 부부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부부가 지난해 8월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거주 중인 아파트 경비실에 자비를 들여 설치한 에어컨(왼쪽 사진)과 최 후보자 부부가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경비실 에어컨 설치와 관련해 찬반 여부를 묻기 위해 부착한 공지 글. 연합뉴스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던 지난해 여름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아파트에서 시작된 ‘경비실에 에어컨 달아주기’ 미담의 주인공이 바로 지난 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 내정된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인 최기영 후보자(64)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8월4일 최 후보자와 부인인 백은옥 한양대 컴퓨터 소프트웨어학과 교수는 자택이 있는 방배동의 신동아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이웃 여러분, 안녕하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최 후보자 부부는 이 글에서 “대책 없는 무더위에 경비 아저씨들은 어떻게 견디시나 늘 마음 한 편이 무겁다”며 “경비실에 냉방기가 설치되면 각 가정에서 경비실 전기사용료 월 2000원가량을 나눠낼 의향이 있으신지 궁금하다”고 주민 의견을 물었다.

 

이에 주민들은 ‘○○호 찬성’이라고 적은 포스트잇을 게시글 옆에 붙이는 방식으로 일종의 투표를 했다.

 

약 1주일 간의 투표를 한 결과 이 동에 거주 중인 30가구 중 24가구가 ‘찬성’ 의견을 냈다.

 

당시 최 후보자 부부는 에어컨 설치 비용을 쾌척했다. 또한 전기세는 투표에 따라 최 후보자를 비롯한 주민들이 십시일반 부담하게 됐다.

 

이 아파트의 관리사무소장은 다른 경비실 초소 등 2곳에 자비로 에어컨을 설치해 최 후보자 부부와 주민들에게 화답했다.

 

최 후보자 부부의 이 같은 선행은 당시 온라인에서 확산하면서 이후 ‘백은옥 따라하기’, ‘경비실에 에어컨 놓기’ 등의 이름으로 파급 효과를 내기도 했다.

 

최·백 교수 부부는 작년 8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주민들과 함께한 일이기 때문에 저희가 주목받을 일이 아니다”라고 거듭 입을 모았다.

 

이어 “이번 사례가 하나의 미담으로만 끝나지 않고 다른 곳에도 온정이 확산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에어컨 설치로 추가되는 월 전기료 6만원을 30가구로 나누면 두 달에 4000원에 불과한데, 이는 커피 한잔 값에 불과하다”고 했다.

연합뉴스

 

한편 최 후보자(사진)는 인공지능(AI) 반도체의 개발 연구를 담당하는 뉴럴프로세싱연구센터(NPRC) 센터장을 맡고 있다.

 

NPRC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이 2017년 2월 서울대와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포항공대 등과 함께 개설했다.

 

딥러닝(심층학습) 알고리즘에 최적화한 뉴럴프로세싱(신경망처리)을 연구한다.

 

뉴럴프로세싱은 대규모 병렬 연산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어 온디바이스칩(On-device-chip) 등 AI 분야 핵심 기술로 평가된다.

 

약 30년간 서울대 교수로 재작하면서 첨단 ICT(정보통신기술) 분야의 연구·개발(R&D)과 인력 양성에 매진해와 과학기술과 ICT, 4차 산업혁명의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의 수장으로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로 국내 반도체의 소재·부품·장비 R&D 강화가 절실한 상황에서 관련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아 발탁된 것으로 풀이된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