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 10주째 격화… 경찰 전면적 진압 임박

시위대 집회 불허에 ‘게릴라 시위’ / 경찰과 충돌… ‘공항시위’ 로비 점거 / ‘우산혁명’ 진압한 강경파 재임명 / 中, 국경절前 안정화 조치 나설 듯 / 美 우려에 中 “내정 간섭” 반발
11일 홍콩 중심부 빅토리아 공원에서 열린 범죄인 인도법안(일명 송환법) 반대 집회에 참석자들이 우산을 쓴 채 앉아 있다. AP연합뉴스

홍콩 경찰의 전면적인 시위 진압이 임박했다. 10주째 이어지는 시위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미국과 영국의 압박도 더욱 거세지고 있어서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신중국 성립 70년을 맞는 올해 10월 1일 국경절 전에 홍콩 사태 안정화를 위한 행동에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1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날 오후 시위대는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 시위를 개최했다. 제2백색테러가 발생했던 췬안 지역까지 행진을 시도했고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과 충돌이 벌어졌다. 특히 시위대는 집회를 불허한 홍콩섬 일대 곳곳에서 게릴라식 시위를 전개했다. 홍콩 국제공항에서는 이용객에게 송환법 철폐를 알리는 ‘공항 시위’가 사흘째 계속됐다. 이른 아침부터 수십명의 시위대가 공항 로비를 점거했다.

 

앞서 전날인 10일 유모차에 탄 어린이와 노년층 등이 참여한 가족 단위 집회도 열렸다. 시위 참여자들은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자”며 경찰 강경 진압을 반대했다.

레이저 포인터를 구매한 한 대학생이 공격용 무기 소지 혐의로 6일 경찰에 체포된 데 반발한 홍콩 시민들이 7일 레이저 포인터로 빛을 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홍콩 AP=연합뉴스

홍콩 현지에서는 전면적 시위 진압을 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경찰이 ‘최고 수뇌부’로부터 명령을 받았으며 해산 시도 없이 대규모 검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신중국 성립 70년을 맞아 대대적인 홍보 계획에 홍콩 사태가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당국은 이미 2014년 ‘우산 혁명’을 강제진압했던 경찰 내 강경파인 전직 경무부처장 앨런 로(劉業成)를 6개월 임시 직책인 ‘특별직무 부처장’으로 재임명했다. 또 지난 6일 홍콩 맞은편 선전시 선전만 일대에서 경찰 병력 1만2000여명이 돌발 사태에 대비한 긴급 대처 훈련을 했다. 중국 공안부도 중국 전역의 경찰에 사회안전 수호를 위한 실전 훈련을 지시했다.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관 영사의 신원 공개를 놓고도 미·중 갈등은 깊어지고 있다. 커트 통 전 주홍콩·마카오 미국 총영사는 “(미영사의 신원을 공개한)대공보가 그 정도로 비열해진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도미닉 라브 영국 신임 외무장관도 최근 홍콩 행정수반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과 전화 통화를 갖고 폭력 자제를 촉구하고, 평화 시위에 대해 지지를 표했다.

 

중국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홍콩 주재 중국 외교부 사무소 관계자는 “미국은 자신의 잘못은 반성하지 않고 중국을 모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홍콩은 중국의 특구며 영국의 식민지가 아니다”고 반발했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