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시중은행에서 원화를 일본 엔화로 환전한 금액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본격 여름휴가철인 7월엔 통상적으로 엔화 환전이 증가하지만, 한국과 일본의 갈등이 커짐에 따라 일본 여행 축소,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확산하면서 이례적인 현상이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은행업계 등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인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은행에 따르면 이들 은행이 지난달 고객에게 매도한 엔화는 총 225억엔(약 2579억원)으로 한 달 전인 6월(244억엔)에 비해 7.7% 줄었다. 지난해 7월(245억엔)과 비교해도 8.0% 감소한 수치다. 7월에 휴가철이 시작되는 것을 고려하면 6월보다 환전 규모가 줄어든 것은 이례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본 여행 보이콧으로 인한 엔화 환전이 줄어든 게 분명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본 내 한국 신용카드 사용액을 살펴봐도 불매운동 영향은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국내 전업 카드사 8개사가 발급한 신용카드로 우리 국민이 일본 내 가맹점에서 결제한 금액을 살펴보면 7월 중·하순부터 지난해 동기 대비 소비금액이 줄었다. 7월 첫 주(1∼7일)는 지난해 동기 대비로 카드 사용액이 19.3%, 둘째 주(8∼14일)는 13.1% 늘어났지만 7월 셋째 주(15∼21일)에는 감소세(-0.4%)로 전환했다. 이어 넷째 주(22∼28일)에는 5.3% 줄었고, 8월로 이어지는 다섯째 주(29일∼8월 4일)에는 -19.1%로 감소폭이 확대됐다.
고객들의 일본 불매 운동 움직임이 확산하자 시중은행은 물론 제2금융권도 일본 소비를 부추기는 홍보를 자제한 채 광복절을 앞두고 ‘8·15 애국 마케팅’을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