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일 갈등에 입장 곤란… 잘 지내야”

갈등 중재와 관련해선 침묵 일관 / 日언론 “美, 징용배상 日입장 지지 / 미국내 자산압류 대비 협의 마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늘 싸우는 한국과 일본으로 인해 곤란한 상황이라며 한·일 양국이 잘 지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일 갈등 중재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유지 문제에 대한 질문에 “나는 한국과 일본이 서로 잘 지내기를 바라고, 그들은 동맹국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일 갈등에 대해 “우리를 매우 곤란한 입장에 처하게 한다”며 “그들이 서로 잘 지내지 않는 것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일 갈등 관련 중재에 침묵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후 미국에서도 관련 판결이 진행될 경우를 대비해 일본이 미국을 상대로 사전 정지작업을 했었다는 취지의 보도가 나왔다.

지난 2일 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개최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회의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가운데)이 사진 촬영을 위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을 안내하고 있다. 한일 양국의 싸늘한 관계를 반영하듯 강 장관과 고노 외상의 표정이 굳어있다. 방콕=AP연합뉴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 기업에 배상을 명령한 한국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미국에 있는 일본 기업 자산 압류 가능성에 대비해 일본 정부가 미국 국무부를 접촉했다고 일본 정부 관계자가 밝혔다. 당시 일본은 “일본 기업에 대한 자산 압류 신청이 있을 경우, 미 국무부가 ‘무효’라는 의견서를 미 법원에 내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연말 일본 요구에 미 국무부가 ‘징용문제에 관한 손해배상을 포함해 청구권 문제는 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이 끝났다’는 일본측 입장을 지지한다는 답변을 해 왔다는 게 마이니치 신문 보도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언론에 미국이 일본을 지지한다는 점을 강조하려 한 것으로 보이나,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한국 대법원 판결을 일본 기업들이 이행하지 않도록 통제하고 외교문제로 비화시키려 치밀하게 사전 준비를 했을 가능성도 반증하는 대목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그러면서 “청구권 협정의 ‘예외’를 인정할 경우 1951년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에 규정된 ‘전쟁청구권의 포기’가 흔들릴 지 모른다는 우려를 미국측이 나타냈다”고 했다. ‘한국 대법원의 판결이 청구권협정, 나아가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판결’이라는 것은 일본 정부가 줄기차게 선전하고 있는 논리다. ‘청구권협정을 인정하되, 한일청구권협정 체제 하에서 개인청구권은 살아있다’는 취지의 한국 대법원 판결을 왜곡하는 주장이다.

 

이같은 일본의 곡해에 미국이 동조하고 있다는 여론을 조성하려는 일본의 움직임은 이전에도 엿보였다. 일본 외무성 고위 관계자는 지난 9일 도쿄 주재 한국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같은 논리를 펴면서 ‘미국의 우려’를 ‘대신 전달’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줬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