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8·15 메시지 고심… 한·일 갈등 변곡점 되나

내부 의견 수렴… 수정 거듭될 듯/ 청와대 “극일 기조는 변함 없어”
광복절 앞둔 ‘서울무궁화축제’ 광복절을 나흘 앞둔 11일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 서대문독립공원에서 열린 ‘2019 서울무궁화축제’를 찾은 한 외국인 관광객이 무궁화로 장식된 대형 태극기를 촬영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일본의 무역보복으로 촉발된 ‘한·일 무역전쟁’이 광복 74주년을 맞이하는 오는 15일 새로운 변곡점을 맞이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은 우리 정부로서는 일본의 식민지에서 벗어난 경축일이지만, 일본에는 패전 기념일을 의미한다. 양국 정상이 이날 내놓는 대국민 메시지에 따라 향후 전개될 대응도 달라질 수 있다. 1주일 뒤인 24일에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연장 문제가 확정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8·15 경축사 원고를 위해 별도의 팀을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초안은 마련됐지만, 노영민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통독과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1일 “초안에 대해 다양한 내부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이번 연설 특성상 마지막까지 수정이 거듭될 수 있다”고 말했다.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아베규탄 4차 촛불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현수막 펼치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아베규탄 4차 촛불문화제''를 마친 참석자들이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시시각각 변화하는 한·일 관계를 고려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특히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6일 무역보복의 이유로 “한국이 한·일 청구권협정을 위반하는 행위를 일방적으로 하면서 국제조약을 깨고 있다”고 비판한 것과 달리 다음날인 7일에는 3대 수출규제 품목 중 하나였던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의 수출을 허가하는 등 한국에 대한 강온 양면 전술을 전개하고 있어서다.

 

우리 정부 역시 전략물자 수출우대국인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일본을 제외하는 방안을 일단 미루기로 했다. 애초 정부는 8일 국무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해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일본 정부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추후에 발표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강조한 극일(克日) 기조는 변함이 없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한 핵심 관계자는 “발표 시기를 뒤로 미룬 것에 불과하지 화이트리스트 배제 방침 자체가 달라진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산업들을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수입국 다변화와 국내 생산 확대에 대한 기존 입장도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국제무대에서 다시 만나게 되는 일정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다음 달 중순에 열리는 유엔총회가 첫 무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10월 중에는 태국 방콕에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리고, 11월에는 칠레 산티아고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있다. 아베 총리가 이 회의에 참석한다면 어떻게든 문 대통령과 조우할 가능성이 있다. 뿐만 아니라 12월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릴 예정이어서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정상회담이 열릴지 주목된다.

 

김달중 기자 da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