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지진학자들, 포항지진 자연현상으로 보지 않았다” [차 한잔 나누며]

포항지진공동연구단 양만재 부단장 / 지열발전소 건설과정에서 / 지진 이미 예견된 상태 / 운영 참여했던 학자들 / 가능성 알면서 경고 안해 / 유발지진 대한 해외보상절차 / 시민에 제공…고통 덜어줄 것

“지진 발생으로 엄청난 피해를 보았는데도 지역에서 원인 규명에 나서는 사람이 없어 간절한 심정으로 내가 나서게 됐습니다.”

 

2017년 11월 15일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 발생 후 지금까지 2년 가까이 누구보다 바쁘게 삶을 살아가는 한 시민이 있다. 포항지진공동연구단 위원이자 부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양만재(63·사진) 박사가 주인공이다.

 

그는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소로 인한 유발 지진이라는 정부 공동조사단의 발표가 있기까지 일관되게 이를 주장했으며 시민의 입장을 여과 없이 조사단에 전달하기 위해 애를 썼다. 양 위원은 경북대 사회학과를 나와 같은 대학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 영국 더럼대학에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고향인 포항에서 장애인의 권익과 복지를 위해 경북도 장애인권익옹호기관장으로 일하고 있다. 지진과 전혀 관련 없는 사회학자이자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그가 포항지진에 대해 깊숙이 관여하게 된 계기는 간단했다.

 

그는 포항지진 발생 이후 고려대 이진한 교수가 “포항지진은 자연지진이 아니고 지열발전소와 연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언론 인터뷰를 우연히 접하면서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 후 지열발전소에 집중해 공부하며 파고 들어가니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는 영국에서 7년간 유학생활을 했던 경험을 살려 지진과 지열발전에 대한 검색을 통해 관련 논문에 대한 공부에 들어갔다. 쉽지만은 않았다. “지진 관련 전문용어가 많아 연구가 막힐 때마다 교수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를 확인하고 알아가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에는 지열발전소로 인한 유발 및 촉발 지진을 연구하기 위해 스위스 바젤시와 독일 란다우시를 방문했다. 그는 “독일 포츠담 지열발전연구소의 사이트에도 포항지진은 인간이 일으킨 지진일 가능성이 높다는 논문이 게재되는 등 외국의 지진 관련 사이트에서는 포항지진이 자연지진이라고 보는 학자가 거의 없음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양 위원은 스위스와 독일 방문을 통해 포항지진이 지열발전 때문에 발생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됐다. 그리고 꾸준히 언론과 강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해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소의 관계성 등에 대해 알렸다. 지난 3월 20일 정부 공동조사단이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이 촉발한 지진’이라는 내용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양만재 박사가 정부기관이 재난의 위험성에 대해 시민들에게 보다 투명하게 알리고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포항에서 진행된 지열발전소 건설과 운영에 대해서는 아직도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있다. 양 위원은 “포항 지열발전 사업에 참여한 업체와 과학자, 정부 연구기관 연구원들이 지진 유발 가능성은 물론 추진 과정에서 지진이 일어난 사실조차 알리지 않았다”며 이들의 비윤리적 행태를 폭로하고 과학계의 사회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들은 지진 위해(리스크) 해소를 위해 포항시민과 소통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학자는 지진 위기 상황에서 시민을 상대로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시민이 알기 쉽게 정보를 공유해야 함에도 지열발전소 건설 초기부터 지열발전소가 지진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숨겼다”고 말했다. 또 그들은 지열발전소를 건설·운영하며 포항지진이 발생하기 전에도 규모 3.1의 지진까지 발생했는데도 포항시와 시민에게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등 비윤리적 행태를 보여왔다고 지적했다.

 

양 위원은 “감사원이 포항 지열발전소에 비롯된 포항지진 재난의 책임을 가리는 감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정부 관계자는 물론 학자, 전문가, 기업인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앞으로도 잠을 못 자는 한이 있더라도 네덜란드와 이탈리아처럼 유발지진 발생 이후 정부의 보상절차 등과 관련한 외국사례를 꼼꼼히 챙겨 포항시에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지진 트라우마 등 끝나지 않은 시민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포항=장영태 기자 3678jy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