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에 모든 탓 돌린 北… 靑에 “겁먹은 개가 더 요란” 막말

한·미훈련 또 걸고 넘어진 北 / 北 외무성, 연일 美보단 南에 날세워 / 연합훈련 비판 트럼프 말에 힘입은 듯 / “사거리 하나 판정 못해 쩔쩔… 웃음거리” / 정경두 직접 거론하며 원색적 비난도 / ‘해명 전 남북접촉 불가’ 밝히며 공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함경남도 함흥 일대에서 진행된 미사일 시험사격을 참관하던 도중 이동식발사차량(TEL) 앞에서 간부들과 대화하고 있다. 조선중앙TV

북한이 ‘눈엣가시’로 여기는 한·미 연합훈련에 단단히 날을 세우면서 연일 미국보다는 남측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이중전략’을 펴고 있다. 연합훈련에 비판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태도에 힘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北, 연합훈련 노골적 불만… 南에 모든 탓 돌려



북한은 한·미 연합지휘소훈련 첫날인 11일 남측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전날 조선중앙통신 논평에서 연합훈련을 비난하고 남측을 비판한 데 이어 이날은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국장이 담화를 내고 남측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권 국장은 “남조선 당국이 군사연습의 이름이나 바꾼다고 이번 고비를 무난히 넘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대단히 잘못 짚었다”고 주장했다.

 

권 국장은 청와대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직접 겨냥해 ‘막말’에 가까운 공세를 퍼붓기도 했다. “지난번 우리 군대의 위력시위 사격을 놓고 사거리 하나 제대로 판정못해 쩔쩔매여 만사람의 웃음거리가 됐다”, “쫄딱 나서 새벽잠까지 설쳐대며 허우적거리는 꼴이 참으로 가관”, “(청와대의 태도는) 겁먹은 개가 더 요란스럽게 짖어대는 것” 등의 원색적 언급이다. “정경두 같은 웃기는 것을 내세워 체면이라도 좀 세워보려고 허튼 망발을 늘어놓는다면 기름으로 붙는 불을 꺼보려는 어리석은 행위가 될 것”이라며 정 장관의 실명을 들어 비난한 것은 외무성 국장의 언급으로 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 앞에서 대화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 연합뉴스

미국에 거친 말을 자제하며 모든 탓을 남측에 돌린 것은 북한이 이전에도 구사했던 ‘코리아 패싱’이다. 협상 상대인 미국에는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대신 대남 압박을 통해 긴장을 유지하려는 이중전략인 셈이다.

북한은 늘 한·미 연합훈련을 못마땅하게 여겨왔다. 하지만 북·미, 남북 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합훈련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점 등에 힘입어 최근 더욱 거친 대응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 외교소식통은 “한·미가 연합훈련을 하면 이 시기 이에 맞서는 대응 훈련을 해야 하는 북한의 내부적 부담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6년 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된 한·미 연합상륙훈련에서 양국 해병대원들이 경북 포항시 독서리 해안을 점령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올해 연합훈련은

한·미 군 당국은 이날부터 ‘후반기 한·미연합지휘소훈련’에 돌입했다. 훈련은 11~14일 1부(방어)와 17~20일 2부(반격)로 나눠서 진행된다. 반격 부분은 훈련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예전에 진행됐던 한·미 연합훈련과 비슷한 수준의 방어·반격 시나리오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의 연합작전계획에 의해 ‘위기조성→국지도발→전쟁개시→병력증원→반격→종료’의 순서로 한반도 유사시 벌어질 상황을 가정해 컴퓨터 시뮬레이션 훈련을 한다.

군 안팎에서는 이번 훈련의 명칭을 두고 “사실상 명칭을 생략한 것”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한·미는 지난 3월 키리졸브(KR)를 대체한 새 한·미 연합훈련을 ‘19-1 동맹’으로 명명했으나 이번 훈련에서는 북한의 반발과 북·미 실무협상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동맹’ 표현은 사용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주형·박수찬 기자 jh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