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조롱에도… 靑 “나설 차례 아냐” 신중

北·美협상 재개가 최우선 과제 인식 / 협상 앞둔 의례적 보여주기식 분석

북한의 연이은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도 청와대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청와대는 11일 북한이 미사일 도발에 이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한·미연합지휘소훈련을 ‘시대착오적인 군사적 대결소동’이라며 우리 정부를 향해 조롱 섞인 표현을 한 것에 대해서도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고 ‘침묵’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아직 우리가 나설 차례가 아니다”는 인식이 뚜렷하다. 현재의 북·미 대화가 지난 2·28 하노이 회담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금은 북·미 협상 재개가 현 단계에선 최우선 과제라는 데 남·북·미 공통된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북한이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한국 정부를 비난하면서도 트럼프 정부에 대해선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않은 것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며 협상 재개 의사를 전한 것도 “비핵화 대화 자체를 차단한 것은 아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청와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한반도 긴장을 끌어올리려는 수단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북·미 간 중요한 협상을 앞둔 의례적인 보여주기식이라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은 협상이나 대화를 앞두고 긴장을 끌어올려 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10일 트위터에서 미사일 발사는 한·미훈련이 끝나면 중단된다는 취지의 편지 내용을 공개했다. 한·미연합지휘소훈련이 종료되면 북·미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북한이 의도적으로 과거 미국과는 대화를 통해 협상을 진행하면서도 한국의 참여를 차단하는 외교적 전술을 의미하는 ‘통미봉남’으로 회귀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 경우 ‘한반도 운전자론’을 내세우며 비핵화 협상의 주도권을 잡아온 문재인 대통령의 입지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은 이전에도 그런 방식으로 우리 정부에 대해 말해왔다”고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청와대는 북·미가 비핵화에 진전을 이룰 경우 남·북이 중심이 되는 경제협력 국면으로 전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달중 기자 da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