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의약품·건강기능식품 제조자 개발생산(ODM) 전문기업 ‘한국콜마’가 반일 감정에서 비롯된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사태의 중심에 선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사퇴는 명분뿐"이라며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윤 회장이 한국콜마 지주 기업의지분을 상당수 갖고 있으며 그의 아들이 한국콜마의 현 대표로 재직 중이라 ‘가족경영’ 지배구조상 언제든 그가 사퇴와 복직을 반복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콜마, 등기임원 10명 중 4명 일본인”
기업 경영성과 평가그룹 ‘CEO스코어’의 박주근 대표는 12일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한국콜마는 1990년 한국콜마가 51%, 일본콜마가 49%로 지분의 구조로 세워진 회사”라며 “지금도 지주회사인 한국콜마홀딩스가 27%, 여전히 일본콜마가 12.4%의 지배 구조를 가진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일본과의 관계가 모두 정리됐다는 한국콜마 측 입장에 대한 반박이다.
그러면서 “실제 임원 명단을 봐도 일본콜마 부사장과 CEO를 맡고 있는 칸자키 요시히데 등이 여전히 비상근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일본 지분에 따라 등기임원 10명 중 4명이 일본인이다.
◆“윤 회장, 지분 아들에게 상당수 물려줘… 지주 회사 지분도 아직 있어”
사과의 진정성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드러냈다. 박 대표는 “이번 주에 8·15 광복절이 있다. (윤 회장은 불매운동이) 이 시기를 거치면 훨씬 더 확산 증폭될 거라 생각을 판단한 것 같다”며 “사과는 구체적이어야 하고 재발방지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하는데 단순한 사퇴로 이 사안이 다 무마될 거라고 판단한 것은 오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회장의 사퇴가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도 했다. 박 대표는 “한국콜마의 상당지분을 아들인 윤상현 현 대표에게 물려준 상태다. 윤동한 회장이 물러나더라도 지배구조의 흔들림이나 경영권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며 “한국콜마의 대주주가 한국콜마홀딩스인데 한국콜마홀딩스 지분의 49%가 가족지분이다. 그중 윤동한 회장의 지분이 30%”라고 지배 구조를 설명했다. 확실한 재발방지 대책이나 진정성 있는 사과 없이는 사퇴와 복귀가 반복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한국콜마, 주가 최저치 찍으며 악화일로 상황
지난 7일 윤 회장이 서울 내곡동 한국콜마 신사옥에서 열린 월례조회에서 임직원 700여명에게 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와 관련해 극보수 성향의 유튜브 영상을 틀어 논란이 됐다.
이 영상에 등장하는 유튜버는 문재인 정부의 대일본 대응을 비난하면서 “아베는 문재인 면상을 주먹으로 치지 않은 것만 해도 너무나 대단한 지도자”라고 말했고, “베네수엘라의 여자들은 단돈 7달러에 몸을 팔고 있고, 곧 우리나라도 그 꼴이 날 것”이라고 말해 공분을 샀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며 불매운동이 일자 한국콜마가 9일 공식 사과하고 윤 회장이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사태는 잠잠해지지 않는 모양새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지난 9일 “유튜브 영상 사태 이후 고객사와의 ODM 계약 등이 기하급수적으로 취소되고 있어 상황이 좋지 않다”고 전했다.
주가도 최저치를 찍고 있다. 12일 오후 1시 현재 한국콜마는 전날보다 6500원(1.36%p) 내린 4만7100원에 거래 중이다. 장중 한때 4만5850원까지 하락, 52주 신저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