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강간미수’ 성폭력 단죄 가능할까

‘강간미수죄 성립’ 법리다툼 시작 / “의도는 확인 못해 주거침입만 유죄” / “사회 분위기 따라 처벌 가능” 분분 / 피고인 재판 전 반성문 6회 제출 / 판사 “뜬구름 잡는 얘기들” 꼬집어

이른바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 피고인이 재판 과정에서 ‘범행 당시 성폭행 의도가 없었다’는 입장을 재차 주장했다. 해당 남성에게 강간미수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를 두고 법조계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장차 검찰의 혐의 입증 여부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1부(부장판사 김연학)는 12일 주거침입강간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모(30)씨의 첫 정식 재판을 열었다. 수의 차림으로 수염을 기른 채 처음으로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조씨는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고개를 숙인 채 피고인석에 자리했다. 조씨는 그간 반성문을 6차례 제출했는데, 이날 재판부는 “뜬구름 잡는 얘기들이 있어서 피고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지 잘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씨는 이날도 반성문으로 보이는 서류를 수의 상의 주머니에 넣은 채 입정했다. 재판은 피고인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등 절차를 밟고 곧장 비공개로 전환됐다.

 

이 사건 쟁점은 조씨의 행위가 강간미수에 해당하는지다. 검찰은 “문을 열기 위해 온갖 방법을 시도하면서 피해자에게 극도의 불안감을 준 행위는 강간죄 실행의 착수에 해당하는 폭행·협박으로 볼 수 있어 강간의 고의가 인정된다”며 조씨를 강간미수 혐의로 기소했다. 조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그런 행위를 한 것은 맞지만, 피해자를 성폭행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며 맞서고 있다.

지난 5월 28일 '신림동 강간미수범 영상'이라는 제목으로 SNS에 퍼진 한 여성이 집에 들어가자 그를 뒤 따라온 피의자 조모씨(왼쪽 붉은 원표시)이 갑자기 나타나 문을 열고 침입하려는 장면이 찍힌 폐쇄회로(CCTV) 화면. 유튜브 캡처

법조계에선 조씨에게 강간미수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을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포항공대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박찬성 변호사는 “처벌 필요성은 높지만 피고인의 마음속 의도를 정확히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강간미수로 보기엔 원칙적으로 어려운 면이 있다”면서 “무리하게 강간미수로 처벌하기보단 (이미 입증된) 주거침입에 좀 더 강한 처벌을 하고, 이런 경우에 엄한 처벌을 하는 관행을 만드는 것이 좀 더 바람직하다”고 했다.

 

반면 법무법인 예현 신민영 변호사는 “기존 법리대로라면 성폭력 의도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강간미수를 무죄로 판단할 확률이 높다”면서도 “다만 정황상 성폭력 가능성은 높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사회 분위기에 따라 유죄로 인정될 가능성도 일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씨는 지난 5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여성을 뒤따라가 집에 들어가려 하고,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갈 것처럼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씨 측은 수사 단계에서부터 줄곧 성폭행 의도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