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자유계약(FA)시장 재수에 나선 류현진(32·LA 다저스)은 자신의 투구 콘셉트를 ‘실점 최소화’로 잡고 나왔다. 부상에 대한 의구심을 100% 씻어내지 못한 데다 삼진 등 여타 지표에서는 불리할 수밖에 없는 투구 스타일 때문에 실점 최소화를 통해 자기 어필을 하겠다는 전략이다. 시즌 중에도 그는 여러 번 “실점을 줄이는 데 집중했다”는 말로 투구전략을 설명했다.
초반부터 이어진 이런 투구 콘셉트는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리그 첫 경기부터 한 경기씩 저실점 경기를 만들어간 결과 놀라운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게 된 것. 리그 개막이 4개월 이상 지난 8월에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유일한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는 중이다. 다승이나 삼진 등은 여타 리그 정상급 투수에 비해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지만 압도적인 평균자책점 하나만으로도 올 시즌 전체 투수 중 가장 빛나며 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의 유력 주자로 첫손에 꼽히고 있다.
만약 이 평균자책점을 그대로 유지하고 시즌을 끝냈을 경우 더욱 역대급이 된다. 메이저리그 역대 단일시즌 평균자책점에서 1.45 이상을 기록한 투수는 1968년 1.12로 시즌을 끝낸 밥 깁슨 단 한 명뿐이기 때문이다. 다만 1968년은 전체 20개 팀 중 13개 팀이 팀 평균자책점이 2점대를 기록한 역사상 최고의 ‘투고타저’ 시즌이기에 깁슨의 기록은 약간 평가절하되는 면이 있다. 엄청난 홈런이 쏟아지는 ‘타고투저’ 시대에 만들어낸 류현진의 기록은 더욱 빛날 수밖에 없다. 이 정도 역대급 기록을 남긴 투수라면 당연히 시즌 후 기자단 투표로 결정되는 사이영상에서 1순위 후보가 된다. 승수, 삼진 등 여타 부분이 모자라더라도 정상급 투수를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인 평균자책점에서 이 정도 압도적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렇기에 류현진도 향후 경기에서 여타 지표에 욕심내기보다 꾸준히 저실점 피칭을 이어가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경기 뒤 “사이영상은 내가 받을 수 있다고 받는 것도 아니라서 무리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오버페이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평균자책점이라는 한 마리 토끼를 확실하게 잡기로 결정한 류현진의 결정이 시즌 뒤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