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맞불을 놓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어제 일본을 전략물자 수출우대국인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입고시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은 20일간의 의견수렴, 규제심사 등을 거쳐 9월 중 시행된다. 이번 대응조치는 강도·수위 조절에 애쓴 빛이 역력하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유사하게 백색국가인 ‘가’지역을 ‘가의1’, ‘가의2’로 나누고 일본을 가의2로 한 단계 낮췄다. 개별 수출규제 품목도 명시하지 않았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의견수렴 기간 중 일본 정부가 협의를 요청하면 언제 어디서건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감정적이어선 안 된다”며 “결기를 가지되 냉정하면서 근본적인 대책까지 생각하는 긴 호흡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한·일 관계를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정부 기대와는 달리 이번 대응 조치가 일본의 추가보복을 부르는 빌미로 작용할 위험도 있다. 정부는 경제전쟁 확전 사태에 대비해 충분한 대응책을 마련해 둬야 한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라) D램 공급이 2개월 정지되면 전 세계 2억3000만대의 스마트폰을 만드는 데 차질이 생긴다”며 “이런 카드가 옵션으로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미국 방문 때) 한·일 관계를 중재해 달라는 요청을 하지 않았다”며 “도와 달라고 하는 순간 제가 ‘글로벌 호구’가 된다”고도 했다. 이처럼 사태를 낙관해도 될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