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건한 반도체코리아… ‘기술 초격차’ 전략으로 日 파고 넘는다

삼성전자, 1억800만 화소 센서 개발/ 소니 제치고 모바일 이미지 분야 선도/ SK하이닉스도 최고속 D램 선보여/ 신기술로 글로벌 시장 공략 박차

삼성전자가 이미지센서 세계 1위 소니를 제치고 ‘1억 화소’의 벽을 깬 1억800만 화소의 모바일 이미지센서를 개발했다. SK하이닉스는 업계 최고속 고대역폭 메모리인 ‘HBM2E’ D램 개발에 성공했다. 일본이 수출규제를 통해 한국 반도체 흔들기에 나선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잇달아 신기술을 발표하며 ‘기술 초격차’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1억800만 화소의 모바일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브라이트 HMX’를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미지센서는 카메라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영상 정보)을 디지털 신호로 변환하는 역할을 하는 반도체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함께 삼성전자가 2030년 세계 1위 포부를 밝힌 시스템반도체의 양대 축이다.

아이소셀 브라이트 HMX는 초소형 0.8㎛(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크기의 픽셀을 적용한 센서로, 지난 5월 공개한 6400만 제품보다 화소 수가 1.6배 이상 늘어나 모바일 이미지센서로는 업계 최대 화소수를 자랑한다. 1억 개가 넘는 화소라서 기존 모바일 기기에서 표현하지 못했던 세세한 부분까지 이미지로 담아내는 초고해상도 촬영이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1/1.33인치’ 크기의 센서를 적용해 빛을 받아들이는 면적(수광면적)을 넓혔으며, 4개의 픽셀을 합쳐 하나의 큰 픽셀처럼 활용하는 ‘테트라셀 기술’을 적용해 어두운 환경에서도 밝고 선명한 고화질 사진을 촬영할 수 있게 했다. 또 빛의 양이 너무 많거나 적은 환경에서도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색 재현성은 높이고 노이즈를 최소화하는 ‘Smart-ISO(스마트 ISO) 기술’도 적용했다. 삼성전자는 이달부터 아이소셀 브라이트 HMX를 본격 양산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 이미지센서 시장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일본 소니보다 먼저 6400만 화소 제품을 출시한 데 이어 1억 화소도 앞서 나가며 기술 초격차 전략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스마트폰 세계 4위 업체인 샤오미의 주력 스마트폰에 아이소셀 브라이트 HMX를 탑재하기로 했다. 샤오미 공동 창업자 린빈 총재는 “프리미엄 DSLR에서나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1억800만 화소 이미지센서를 작고 얇은 스마트폰에 최초로 적용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개발 초기부터 긴밀히 협력해왔다”며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창의적인 콘텐츠 생산을 위한 플랫폼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샤오미는 삼성이 지난 5월 발표한 6400만 화소의 최신 이미지센서 ‘GW1’을 주력 스마트폰 라인인 ‘홍미’ 시리즈에 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세계 5위 업체인 중국 ‘오포’도 신흥국에서 내놓을 젊은 층 대상 브랜드 제품에 삼성전자의 이미지 센서를 탑재할 것이라는 외신보도가 나온 바 있다.

GW1은 삼성전자가 지난 4월 시스템반도체에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뒤 보름 만에 선보였던 제품이었던 만큼, 소니를 꺾고 이미지센서 1위를 달성하겠다는 삼성의 야심을 내비친 것으로 평가됐다.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는 CMOS 이미지센서 시장은 2010년 44억3100만 달러 규모에서 2018년 122억9000만 달러로 급성장하고 있다. 소니의 점유율은 50%에 육박해 2위 삼성전자(19.9%, 2018년 기준)와 격차가 큰 편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주요 스마트폰 업체들이 잇달아 삼성전자에 러브콜을 보내면서 삼성전자가 중국과 신흥국시장을 중심으로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소니를 맹추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이날 업계 최고속 ‘HBM2E’ D램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HBM2E는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HBM D램의 차세대 제품으로, 이전 규격인 HBM2 대비 처리 속도를 50% 높였다. 풀HD급 영화(3.7GB) 124편 분량의 데이터를 1초에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다. 용량은 단일 제품 기준으로 16Gb 칩 8개를 TSV(Through Silicon Via) 기술로 수직 연결해 16GB를 구현했다.

HBM2E는 초고속 특성이 필요한 고성능 GPU를 비롯해 머신러닝과 슈퍼컴퓨터, AI 등 4차산업 기반 시스템에 적합한 고사양 메모리 솔루션이다.

SK하이닉스 HBM사업전략 전준현 담당은 “HBM2E 시장이 열리는 2020년부터 본격 양산을 개시해 프리미엄 메모리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지속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