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공세에 반격나선 정부…"9월 백색국가에서 日 제외"

‘전략물자 수출입’ 개정안 발표 / 20일간 의견 수렴·심사후 시행 / “日 협의 요청 땐 응할 것” 여지 / 文대통령 “감정적 대응은 안돼 근본적 대책 긴 호흡으로 대응”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일본을 한국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변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12일 일본을 전략물자 수출 우대국인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 정부는 제도 개선 차원일 뿐이라고 설명했지만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것에 대한 ‘사실상’ 맞대응 차원이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전략물자수출입고시’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은 20일 동안 행정예고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이후 규제심사와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다음달 중 시행될 예정이다.

성 장관은 “의견수렴 기간에 일본 정부가 협의를 요청하면 한국 정부는 언제, 어디서든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감정적이어서는 안 된다”며 “결기를 가지되 냉정하면서 또 근본적인 대책까지 생각하는 긴 호흡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는 3·1 독립운동 100주년,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로 그(광복절) 의미가 더욱 뜻깊게 다가온다”며 “과거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큰 고통을 받았던 우리로서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본의 경제보복을 매우 엄중한 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보복은 그 자체로도 부당할 뿐 아니라 그 시작이 과거사 문제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며 “광복절을 맞이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이 한층 결연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산업부가 발표한 개정안에 따르면 현재 백색국가인 ‘가’ 지역을 ‘가의1’과 ‘가의2’ 지역으로 세분화하고 나머지 국가인 ‘나’ 지역은 그대로 둔다. 바세나르체제(WA) 등 4대 국제수출통제체제에 모두 가입한 미국 등 기존 ‘가’ 지역 29개국 가운데 28개국은 ‘가의1’ 지역에 남고 일본만 ‘가의2’ 지역으로 분류된다.

성 장관은 “신설되는 ‘가의2’ 지역에는 4대 국제수출통제체제 가입국가 중 원칙에 맞지 않게 수출통제제도를 운영하는 국가가 포함될 것”이라며 “이번 고시 개정안에는 일본이 ‘가의2 지역’으로 분류된다”고 밝혔다.

‘가의2’ 지역에 대한 수출통제 수준은 원칙적으로 ‘나’ 지역의 수준을 적용하게 된다. 하지만 개별허가 신청서류 일부와 중개허가는 면제된다. 기존 ‘가’ 지역은 사용자포괄수출허가를 받고, ‘나’ 지역은 개별수출허가를 받아야 했다.

자율준수기업(CP)에 내주고 있는 사용자포괄허가는 ‘가의1’ 지역에는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가의2’ 지역에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허용한다. 아울러 개별수출허가의 경우 제출서류가 ‘가의2’ 지역은 5종으로 ‘가의1’ 지역(3종)보다 많아지게 되고, 심사 기간도 ‘가의1’ 지역은 ‘5일 이내’지만 ‘가의2’ 지역은 ‘15일 이내’로 늘어나는 등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받게 된다. 하지만 일본의 허가 처리기간(90일)보다는 짧다.

 

산업부는 그동안 4대 수출통제체제 가입 여부로만 지역을 분류했으나 제도 운용상 문제가 있어도 반영할 수 없어 이번에 보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이 반도체 소재 등 3대 품목의 한국 수출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등 국제 수출통제체제의 기본 취지를 훼손했기 때문에 4대 수출통제체제에 가입했더라도 불이익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제도를 효과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보완’ 성격이라고 말하지만, 정부 안팎에서는 일본의 수출제한과 백색국가 제외 조치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일본 정부가 7일 한국을 '백색국가'(수출관리 우대조치 대상국) 명단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개정 시행령(정령)에 공포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 관보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알리며 한국을 백색국가 분류에서 제외 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의 한 사무실에서 일본 관보를 보고 있는 모습. 뉴시스

이에 대해 박태성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일본이 우리나라에 한 방식으로 똑같이 대응하는 차원이 아니다”며 “향후 문제가 발견되면 적절한 조처를 하겠지만, 당장 반도체 등 특정 제품을 지목해서 대일 수출에 제한을 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대한 불만으로 지난달 4일부터 반도체 소재 3개에 대한 한국 수출을 규제했다. 이어 지난 2일에는 각의(국무회의)에서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가결한 뒤 지난 7일 공포했다.

 

세종=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