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국제공항 여객기 운항이 12일 오후 전면 중단됐다.
전날 시위 도중 경찰이 쏜 ‘빈백건’(bean bag gun, 알갱이가 든 주머니 탄)에 맞은 여성이 실명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지자, 이에 분노한 수천 명의 시위대가 이날 공항 터미널을 점거했다. 공항 당국은 탑승 수속을 마치지 못한 항공편을 모두 취소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날 오후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을 반대하는 수천 명의 시위대가 공항에서 연좌시위를 벌였다. 공항 기능이 마비되자 공항 당국은 성명을 내고 “체크인 수속을 마친 출발 편 여객기와 이미 홍콩으로 향하고 있는 도착 편 여객기를 제외한 모든 여객기 운항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홍콩-한국 간 23개 항공편도 13일 오전 9시까지 결항한다.
이날 점거농성은 경찰의 시위 진압 과정에서 한 여성이 오른쪽 눈 실명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 촉발했다. 공항으로 몰려간 시위대 일부는 한쪽 눈을 가린 채 “깡패 경찰아, 우리에게 눈을 돌려다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항의했다.
시위대 저항이 거세지고 중국 중앙정부의 경고가 잇따르면서 중앙정부의 군 또는 무장경찰 투입 시점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은 성명을 내고 “세계 어느 곳도 이러한 극악무도하고 극단적인 잔혹 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날 시위를 ‘테러리스트 행위’로 규정했다. 홍콩 명보(明報)는 이날 한 목격자를 인용해 “중국 본토 선전(深圳)에 무장경찰 부대 물대포와 장갑차 200대 이상이 집결하고 있다”며 “이를 찍은 영상이 온라인에 순식간에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과 무역전쟁 중인 중국 입장에서 홍콩 경제의 파탄, 세계 여론 악화를 촉발할 수 있는 무력개입을 택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