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과거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사건에 연루됐기에 장관 자격이 부족하다는 야당의 비판에 대해 ”할 말이 많지만, 인사청문회에서 충분히 답하도록 하겠다”고 13일 밝혔다.
전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국가 전복을 꿈꾸던 사람이 법무부 장관에 기용될 수 있느냐”며 조 후보자가 사노맹 사건에 얽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은 사실을 거론한 바 있다.
이날 오전 9시25분쯤 인사청문회 사무실이 꾸려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 빌딩에 출근한 조 후보자는 취재진의 여러 질문에 ‘인사청문회에서 말씀드리겠다’는 취지로 답을 피하면서도 사노맹 사건에 대해선 ”할 말이 많다”고 했다.
조 후보자는 앞서 울산대 교수로 재직하던 1993년 사노맹 산하 기구인 남한사회주의과학원 설립에 참여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6개월간 구속 수감됐다.
이후 대법원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1년6개월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사노맹은 사회주의 체제 개혁과 노동자 정당 건설을 목표로 1980년대 말 결성된 조직이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글이 없는데, 인사청문회 때문인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조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앞둔 후보자로서 모든 문제에서 신중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 앞에서 답을 드리는 게 기본 도리“라며 “개인 의견을 발표하는 것은 중요한 게 아니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2005년 쓴 논문에선 문재인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 방향과 달리 검사의 수사 종결·지휘권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선 “2005년 것은 제 개인의 논문이고,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2018년 두 장관(법무부·행정안전부 장관)의 합의문이기에 주장의 주체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2005년 이후) 시대적 상황이 바뀌기도 했다”며 ”당시는 경찰 개혁이 본격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를 논한 것이었다면, 이번 권력기관 개혁안은 경찰 개혁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을 전제로 1차적 수사 종결권 문제의 해결이 필요하다고 두 장관이 합의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이날도 직접 자신의 ‘QM3’ 차량을 몰고 사무실에 도착했다. 손에는 음료를 담은 텀블러가 들려 있었다.
◆ 이인영, 황교안 겨냥 "조국에 몰이성적 색깔론"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조 후보자를 향한 야당의 공세와 관련해 “한국당이 벌써 정상적인 검증 대신 몰이성적 색깔론을 들이대고 인사청문회 보이콧 주장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상임위원회 간사단 연석회의에 참석해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공안 조서를 작성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나아가 ”(황 대표는) 조 후보자에 대해 국가 전복을 꿈꾼 사람이 장관이 될 수 있느냐는 색깔론 공세를 했다”며 “총칼로 집권한 군사정권에 맞선 민주주의 열정을 폄하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더불어 “한국당은 장관 후보자를 마치 척결해야 할 좌익 용공으로 몰아세우는 듯하다”며 ”공안검사적 이분법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황 대표의 출신을 들어 비판했다.
이와 함께 “한국당이 20대 국회에서 스무차례가 넘는 보이콧 기록을 만들고 또다시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보이콧할 수 있다고 운운해 큰 걱정”이라며 ”간신히 불씨를 되살린 일하는 국회를 냉각시킬 준비하는 것이 아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는 또 ”낡은 이념 정쟁에 골몰할 때가 아니다”라며 ”한국당은 인사청문회와 결산 심사를 위한 8월 국회에 적극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