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과거를 산다. 찰나의 순간조차 붙들지 못해 그저 흘러가는 것을 지켜볼 따름이다. 지금 이 순간은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거나 아름다웠던, 혹은 가슴 저미는 한 조각으로 자리한다. 이따금 그것들은 훅 떠올라 산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겨준다.
김정선(47·여) 작가는 20여년 동안 옛 사진 속 추억의 이미지를 회화적으로 풀어내왔다. 그의 작품 속 인물이나 풍경들은 누구나 본 듯한, 누구나 마주했을 법한 것들이다. 오는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인화랑에서 열리는 김 작가의 개인전 ’다시 지금 여기에’의 작품들도 그렇다. 다만 그동안 사라진 먼 과거의 기억들을 끄집어내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서 작가는 전시회의 제목처럼 발 밑에 현존하는 대상들에 주목했다. 꽃과 풀, 구름, 어린아이 등 마치 누군가의 SNS 프로필 사진에서 본 듯한 이미지들을 작가 특유의 감수성으로 재조합했다.
그렇지만 그의 작품은 마냥 단순하거나 밝아 보이진 않다. 강렬한 색채 속에도 배경에 스밀 듯 흐릿한 대상들은 실존하는 듯하면서도 시간을 품고 실체 없이 떠다닌다. 순간을 그렸지만 멈추지 않고 기억 안에 살아 있다 사라졌다를 반복하는 것이다.
권이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