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3일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의 전날 라디오 인터뷰 내용을 두고 ‘한국 정부가 D램의 대일(對日) 공급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데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김 차장은 전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일본이 우리에게 의존하는 부분이 많이 있다”며 “예를 들면 D램은 우리의 시장 점유율이 72.4%”라고 밝혔다.
이어 “예를 들자면 D램 공급이 2개월 정지되면 세계에서 2억3000만대의 스마트폰을 만드는 데 차질이 생긴다”며 ”우리도 그런 ‘카드’가 ‘옵션’으로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몇몇 언론에서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우리 정부의 상응 조치로 D램 공급 중단이 검토되고 있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 차장의 발언에 오해의 여지가 있는 것 같다”며 “D램(공급 중단)을 상응 조치로 해석하는 곳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우리 정부가 D램을 수출제한 품목으로 지정하는 것을 검토한다는 보도도 있었는데 이 역시 틀린 얘기”라며 “김 차장의 발언은 만약 (한국이 일본에서 반도체 관련) 부품을 공급받는 데 차질이 생긴다면 한국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생기고, 그러면 전세계 공급 체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나아가 “한국의 반도체 점유율이 워낙 높으니 그 자체만으로도 카드로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뜻이지, 우리 정부가 D램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것은 틀린 해석”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日서 韓 수출규제로 D램 가격 10~20% 상승"
실제로 일본에서는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해 핵심 반도체 소재의 수출 관리를 강화하면서 PC의 처리 속도를 높이기 위한 메모리 부품인 D램의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이날 일본에서 D램의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며, 이는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로 공급이 줄어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부상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신문은 “한·일 충돌이 게이머들에게 생각지도 못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메모리 부품은 보통 데이터 처리를 위해 PC에 내장되어 있다.
다만 게이머들은 고화질 이미지를 제공하는 게임을 즐기려고 메모리 부품을 개인 PC 등에 추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메모리 부품으로 일본에서 가장 잘 팔리는 ‘DDR(DoubleDataRate)4형’ 8GB(기가바이트)는 현재 수도 도쿄의 아키하바라 매장에서 2개 1세트가 8000~9000엔(약 9만3000~10만5000원)에 팔리고 있다.
한 달 전에 비해 10~20% 높은 가격이다.
표준제품의 스팟(수시계약) 가격도 최근 한달 간 약 20% 상승했다.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관리 강화를 계기로 한국 반도체 브랜드의 수출이 정체될 것이라는 관측이 부상한 탓인데, 이 같은 D램 가격의 상승이 PC용 메모리 부품의 가격도 끌어올리고 있다.
PC와 PC용 부품을 취급하는 도스파라 아키하바라 본점에서는 지난달 중순 이후 처리 성능이 높은 메모리 부품 모델을 중심으로 품절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점포 측은 “더욱 가격이 오르기 전에 사두려는 고객이 많다”고 밝혔다.
한 사람당 판매 개수를 제한하는 점포도 나오고 있다.
일본의 시장조사 회사인 BCN의 모리 에이지 애널리스트는 “게이밍 수요의 성장이 한창인 가운데 한국에 대한 수출 관리 강화의 여파가 불거졌다”며 “메모리 부품 품귀현상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