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간편식 진화의 끝이 안보인다… 나도 요리사

주부 이미향(39)씨는 요리 솜씨가 좋은 편이지만 저녁 식탁을 차릴 때면 가정간편식(HMR) 한두 종류를 꼭 올린다. 찌게와 김치, 장조림, 멸치·콩 볶음 같은 밑반찬에 ‘특별식’을 한 두개 준비하면 식탁이 풍성해지기 때문이다. 이씨는 “닭볶음탕이나 곱창전골, 생선구이 등을 가정간편식으로 대채하면 요리시간을 크게 줄이고 일손도 덜 수 있다”며 “요즘 가정간편식은 ‘집밥’ 보다 더 맛있는거 같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만족해했다.

 

가정간편식이 고급스럽게 진화하고 있다. 

 

식품기업들의 조리기술이 갈수록 향상되면서 삼계탕, 곱창, 만두, 파스타 등을 손쉽게 밥상에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수산 가정간편식(HMR) ‘비비고 생선구이’ 3종을 내놨다. 

 

‘비비고 고소한 고등어구이’, ‘비비고 도톰한 삼치구이’, ‘비비고 쫄깃쫄깃한 가자미구이’가 그것. 

 

CJ제일제당은 ‘비비고 생선구이’를 개발하면서 집에서 직접 구운 듯한 맛과 외관을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 사과추출물 등을 활용해 비린 맛을 잡고, 생선 종류별 최적화된 소재로 절여 제품별 맛 품질을 한층 끌어올렸다. 높은 온도에서 오븐으로 단시간에 구워 수분손실을 최소화해 부드러운 식감을 살리고 갓 구워낸 듯 노릇노릇한 구이 외관도 구현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냉동·냉장이 아니면 장기 보관이 불가능한 생선을 구이로 개발하는데 성공했다”며 “전자레인지 1분 조리로 맛있는 생선구이를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푸드가 선보이는 ‘올반 갓!구운만두’도 첨단기술로 탄생한 제품이다. 

 

이 제품에는 신세계푸드가 자체 개발해 특허를 출원한 발열패드가 적용됐다. 포장지 옆면을 뜯은 후 전자레인지에서 1분40초간(1000W 기준) 데우면 제품 밑면에 놓인 발열패드가 전자레인지 전자기파를 열에너지로 전환하면서 최대 섭씨 200도로 프라이팬에서 만두를 구운 듯한 바삭한 식감을 준다. 

 

대상 청정원이 홈술족을 겨냥해 내놓은 ‘안주야(夜) 논현동 포차 스타일’은 서울 논현동 실내포차 안주 스타일을 콘셉트로 맛집들의 조리법에 청정원의 전문성을 더해 만들어졌다. 대상 관계자는 “막창, 닭발, 곱창 등은 불에 구운 맛을 내기위해 직접 불을 쏘는 직화공정을 설계하고, 볶음 요리는 커다란 솥에서 갖은 양념과 향미유 등을 사용해 볶는 공정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집밥’을 연상케하는 가정간편식들은 식품업체들의 첨단 기술에서 비롯됐다.

 

현재 식품업계에선 ‘패키징’ 기술 경쟁이 치열하다.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시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맛이 그만큼 변하지 않고 유지되기 때문이다. 발열 패드도 개발됐다. 발열 패드는 전자레인지의 파장을 열에너지로 바꿔 음식이 더 바삭하게 구워지도록 한다. 

 

특허청에 따르면 2011년 1407건이던 식품 출원 건수는 2017년 2560건으로 급증했다. 지난해는 약 3000건에 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식품업체들이 가정간편식 시장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한 노력의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