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손해보험사들의 2분기 실적이 악화일로를 걸었다. 자동차보험과 실손의료보험의 높은 손해율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손보사들은 보험료 인상을 바라지만 여론과 당국의 눈치를 보며 이도저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를 제외한 6대 손보사들의 2분기 순이익이 일제히 하락했다. 삼성화재 2분기 순이익은 1952억5800만원으로 전년 동기(3645억1600만원) 대비 46.4% 감소했다.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의 2분기 순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2.5%, 43.6%, 2.57%, 92.4% 떨어졌다.
주요 손보사 중 메리츠화재가 유일하게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메리츠화재는 2분기 순이익 703억4000만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689억2300만원) 대비 2.1%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장기보장성 보험 매출이 증대됐고 자산운용 이익률이 업계 대비 상대적으로 양호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손해보험사들이 맥을 못 추고 있는 건 지나치게 높은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 손해율 때문이다. 손해율은 보험료 수입에서 보험금 등 손해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손해율이 100%를 넘으면 보험사는 보험료보다 보험금을 더 많이 지급하게 돼 적자에 시달리게 된다.
업계에서 보는 자동차보험의 적정 손해율은 77~78%, 실손보험은 80% 내외다. 하지만 올해 6대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6.4~91.4% 수준으로 적정 손해율을 웃돈다. 실손보험 손해율은 더 심각하다. 6대 손보사의 실손보험 손해율은 115.1~147.4% 수준으로 100%를 훌쩍 넘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원가, 정비수가 인상 등으로 보험금이 올라가며 덩달아 높아졌다. 올해 1월과 6월 각각 3%, 1.5% 보험료 인상을 단행했지만 원가 상승분 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실제 지난해 상위 4개 손보사가 수리비로 지급한 보험금 중 부품비용은 2조3664억원으로 이는 전년(2조1027억)보다 12.5% 증가한 수치다.
실손보험 역시 백내장치료, 도수치료, 한방 추나요법 등 일부 과잉진료가 늘어나면서 손해율이 상승했다. 백내장의 경우, 수술을 받는 환자들이 백내장 수술과 시력 교정 수술 등을 함께 하면서 보험금을 과잉 지급받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보장성 강화를 골자로 하는 문재인 케어의 풍선효과로 실손보험 손해율이 상승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높은 손해율로 실적이 악화하고 있지만 손보사들은 마땅한 대책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보험료를 올리는 게 현실적인 방안이지만 여론과 당국의 눈치를 안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올해 두 번이나 자동차보험 올린 상황이라 한 해 세 번을 올리는 게 쉽지는 않다”며 “손해율이 계속 안 좋아져서 상황이 더 안 좋아지면 검토를 할 순 있겠지만 계획을 말하기는 굉장히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정부 등에서 보험료 인상에 대한 규제가 있기 때문에 보험료 인상 대신 내부적으로 손해율 절감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며 “보험사기, 도덕적 해이 등의 문제를 억제하는 쪽으로 노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