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신용 평가기관의 일치된 평가가 보여주듯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은 튼튼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한 이 발언을 바른미래당 유승민(사진) 의원이 작심 비판하고 나섰다. 유 의원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최근 들어서 부쩍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사람들이 ‘우리 경제의 펀더멘탈은 튼튼하다’는 말을 무슨 주문처럼 외우더니 이제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펀더멘탈을 기초체력으로 번역해가며 우리 경제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한다”고 밝혔다.
◆“기초체력은 잠재성장률, 5년에 1%p씩↓”
유 의원은 “경제의 펀더멘탈, 즉 기초체력이란 뿌리를 땅에 단단히 내린 나무처럼 어지간히 모진 풍파가 몰아쳐도 쓰러지지 않고 견디는 힘”이라며 “미·중 간 환율전쟁과 관세전쟁, 중국의 사드보복, 일본의 경제보복,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같은 외풍이 불어닥쳐도 견딜 수 있는 우리 경제의 실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초체력이 강한 경제는 우리 모두의 희망”이라고도 덧붙였다.
이어 유 의원은 “경제의 기초체력을 측정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척도는 노동과 자본, 기술과 제도의 혁신이 만드는 생산성을 합친 잠재성장률 또는 성장잠재력”이라며 “그런데 이 잠재성장률이 1990년대 이후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정권이 바뀌는 5년마다 잠재성장률이 1%p씩 추락해왔다”며 “이대로 가면 1%대, 0%대의 잠재성장률에 곧 진입하게 되고 머잖아 마이너스로 추락할 거라는 게 대다수 경제학자들의 공통된 전망”이라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즉,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은 매우 허약해진 것”이라면서 “인정하기 싫지만, 이것이 진실”이라고 역설했다.
유 의원은 “우리가 처한 현실이 이런데, 대통령은 누구로부터 무슨 보고를 받았길래 기초체력이 튼튼하다고 큰 소리를 치는가”라고 물으며 “문 대통령 주변에는 경제를 아는 사람, 경제의 미래를 진정으로 걱정하는 사람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저 내년 예산을 몇십조 원 더 쓸까만 궁리하는 근시들이 대통령을 에워싸고 있다”며 “나라의 불행이고, 한국경제의 불행”이라고 말했다.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경제가 최고 생태계”
그는 또 “1997년 가을 당시 경제부총리는 ‘펀더멘탈은 튼튼하다’고 했지만 그 직후 불어닥친 IMF 위기는 2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 경제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대통령 발언을 겨냥해 “신용 평가로 돈을 버는 회사들 중 어느 누구도 IMF 위기를 경고하지 않았다”며 “그들은 우리 경제의 지난 실적을 갖고 신용을 평가할 뿐, 앞에 놓인 위험은 보지 못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전날 “(경제 상황과 관련한) 가짜뉴스를 경계해야 한다”고 한 것과 관련해서도 유 의원은 “대통령은 경제 위기를 가짜뉴스로 배척할 게 아니라, 위기의 진실을 직시하고 위기를 막아야 할 자리”라며 “대통령은 기초체력이 튼튼하다고 허세를 부릴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기초체력을 더 키울지 해법을 제시해야 할 자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 해법으로 기업과 산업, 그리고 사람의 경쟁력을 꼽았다. 유 의원은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경제를 만들려는 이유도 그것이 기초체력을 키우는 최고의 생태계이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세금만 펑펑 쓴다고 기초체력이 튼튼해지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경제와 안보는 나라의 기둥인데, 보수와 진보 누가 정권을 잡든 1%p씩 기초체력을 까먹는 이 기막힌 현실을 직시하고 이 늪에서 한국 경제를 건져내는 방법을 찾아 나서자”고 제안하며 “대통령은 이 경고와 제안을 가짜뉴스라고 하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기초체력이 튼튼하다’는 허풍과 착시야말로 국민을 위험으로 내모는 진짜 가짜뉴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