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3개월 유예하면서다. 지난달 상하이(上海) 협상 결렬 이후 환율전쟁으로 확전했던 양국이 일단 전열을 재정비하며 숨고르기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오는 9월 워싱턴 무역협상 재개에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보인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1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일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10% 관세’ 부과를 12월 15일로 연기한다”며 대상 품목은 휴대전화, 노트북(랩톱), 비디오게임 콘솔, PC 모니터 등이라고 밝혔다. 특정 품목의 장난감과 신발, 의류도 이번 대상에 해당된다. 중국에서 조립 생산되는 애플 스마트폰에 대한 관세 부과도 다소 늦춰질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의 이번 관세유예 조치는 9월 워싱턴 협상을 앞두고 양측이 소통을 재개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중국 류허(劉鶴) 부총리가 지난 13일 미 협상대표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전화 통화한 직후 이번 조치가 발표됐다. 중국 상무부는 전날 밤 성명을 통해 양측 고위급 간 통화 사실을 공개하고, “향후 2주 내 추가 통화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이 같은 조치는 국내 사정과 대중 협상을 고려한 전략적 판단이라는 분석이다. 크리스마스 쇼핑 등 소비자 혼란을 방지하고, 워싱턴 협상 대비용이라는 것이다. 미 언론은 “중국과의 협상 재개와 함께 (관세 부과) 면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타협할 용의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중국으로서도 속내는 복잡하다. 상무부는 양국 간 고위급 통화에서 관세 부과에 대해 항의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경제 활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이날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 7월 산업생산은 작년 동월 대비 4.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달 6.3%, 시장 전망치 6.0%에 모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2002년 이후 1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이 결정적이다.
양측의 기류를 감안하면 9월 워싱턴에서 무역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은 추가 전화 접촉을 통해 워싱턴 협상 주요 쟁점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양측 간 양보하거나 상대측 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는 마지노선을 서로 확인한 뒤 오는 9월 워싱턴 협상에 나설지를 판단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자국 경제를 개방하지 않는 중국이 WTO 회원국으로 부당 이익을 얻는다는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미내카에 있는 셸 석유화학단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만약 우리가 해야만 한다면 우리는 (WTO를)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