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화 제외’ 두 번 우는 스포츠강사

5명 중 1명 ‘인격모독’ 경험 / 비정규직서 무기계약 전환 무산 / 학교 “정규직 안될 것” 대놓고 갑질 / 교직원 차별 발언… 호칭 ‘스포츠’ / 학비노조, 무기계약 전환 촉구 집회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초등학교 스포츠강사 조합원들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인근 도로에서 "무기계약 전환과 처우개선을 위한 전국초등학교스포츠강사 총궐기대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5년째 일하던 학교에서 ‘내가 네 모가지를 3분의 2까지 잘랐다가 다시 붙여준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기분이 매우 안 좋았지만 ‘내가 잘못한 것이 많구나’ 생각하고 넘겼습니다.”

“태풍으로 학교가 휴교해 모든 교직원이 조퇴나 결근한 상황에서 교장이 스포츠강사만 따로 남게 해 학교에 잔디를 심게 했습니다. 10개월짜리 계약기간이 종료되고 다음 계약을 기다리던 달에 교장이 전화가 와서 ‘주무관을 도와 학교 일 좀 해라, 일용직 임금은 주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노예 취급당하는 듯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지난해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이 전국 초등학교 스포츠강사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근무환경 실태조사에서 나온 ‘근무 중 인격 모독’ 사례 중 일부다. 초등학교 스포츠강사 제도는 2008년 학교 체육 활성화 목적으로 도입됐다. 매년 새로 계약하는 비정규직인 스포츠강사는 2년 전 교육부 정규직전환심사위원회가 무기계약직 전환을 검토했지만 결국 그 대상에서 제외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초등학교 스포츠강사 5명 중 1명은 근무 중 인격적 모독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런 경험 대부분은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 신분이란 특성에서 기인한 경우였다. 정부가 스포츠강사를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시·도 교육청에 처우개선을 권고하기도 했지만 실제 현장에선 의미 있는 변화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학비노조의 ‘2018 전국 초등학교 스포츠강사 근무환경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근무 중 인격적 모독을 당한 경험이 있냐는 물음에 21.2%가 ‘있다’고 답했다. 선생님이란 호칭 대신 ‘스포츠’라고 부른다거나 신규 교사가 하대하는 식으로 은연중에 차별적 인식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었지만 “강사 주제에”, “너희가 교사냐, 보조나 잘해라”, “정규직 안 될 거 뻔한데 왜 이거 하고 있냐” 등 노골적인 발언을 하는 경우도 상당했다.

이러다 보니 근무 중 억울한 일을 겪는 스포츠강사도 많을 수밖에 없다. 근무 중 억울한 일을 당한 경험이 있냐는 물음에 4명 중 1명꼴인 26.4%가 ‘있다’고 답했다. 이 응답자 중 한 명은 그 사례로 “2016년 스포츠강사 업무 외 부당한 작업 지시, 욕설, 폭언 등에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었다. 학교 측에 이와 관련 불만을 제기했다, 결국 재계약 때 면접에서 떨어졌고 다른 학교로 가게 됐다”고 털어놨다. 다른 응답자는 “가족 결혼식으로 사전에 미리 말하고 학교행사에 빠졌는데, 나중에 모든 교직원이 있는 자리에서 대놓고 면박을 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직장 내 성희롱 경험을 묻는 말에도 2.5%가 ‘있다’는 답변을 내놨다.

전날 청와대 앞에선 초등학교 스포츠강사의 무기계약 전환과 함께 처우개선을 촉구하는 ‘전국 초등스포츠강사 총궐기대회’가 열렸다. 학비노조는 결의문을 통해 “정부가 약속했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우리에게 허울뿐이었다”며 “해마다 반복되는 재계약, 재고용의 불안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는 바람이, 학교 안 다른 교육공무직이 받는 수당을 차별 없이 지급해 달라는 바람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지 않고 ‘갑질’ 당하지 않게 해 달라는 바람이 그렇게도 무리한 것이냐”고 주장했다. 류재헌 학비노조 인천분과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초등학교 스포츠강사들이 마음 편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게 처우개선을 확실히 해주겠다고 한 걸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