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리 그린피스 캠페이너 "후쿠시마 원전은 체르노빌 보다 더 심각"

"30년 지난 체르노빌 인근 여전히 통제구역 / 8년 지난 후쿠시마 원자로 상황 파악 어려워" / 오염수 방류시 한·미·중·러 등 태평양 연안 국가 피해 / "12월 기준 오염수 111만t…희석하는데만 수영장 30만여개 물 필요" / "日 정부, 오염수 관련 정보 모두 통제"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이하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30년이 넘었습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원전 반경 30km 안은 사람이 살 수 없는 통제구역입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부터 8년이 지난 지금까지 노심 용융된 원자로 상황은 누구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후쿠시마 사고의 재앙은 앞으로도 세기를 넘는 시간 동안 지속될 것입니다.”

 

◆“일본 정부, 방사성 오염수 100만t 방류 계획 중”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장마리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피해지역에 대해 이같이 경고했다.

 

그린피스는 최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성 오염수를 태평양에 방류할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원자력 분야에서 40여년 활동한 숀 버니 그린피스 수석원자력전문가는 지난 7일 ‘중앙이코노미스트’ 최신호에 “일본이 방사성 오염수 111만t을 바다에 흘려보내려 한다”며 “특히 한국은 위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내용의 글을 기고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장 캠페이너는 “그린피스는 1990년대 후반부터 후쿠시마 원전의 위험성을 이야기했다”며 “2011년 3월 11일 원전 사고가 난 직후인 같은 달  21일에 숀 버니를 비롯한 방사선 방호 전문가들이 직접 후쿠시마 원전에 다녀왔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에 숀 버니가 기고한 글은 1990년대 이후 지금까지 계속 추적해온 후쿠시마 원전의 문제점에 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오염수 방류 시 한·미·중·러 등 태평양 연안 국가 피해

 

그린피스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방사성 오염수를 태평양에 방류할 경우 한국을 비롯한 중국, 러시아, 미국, 캐나다, 호주,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칠레 등 태평양을 접하고 있는 국가들은 모두 방사능에 오염될 가능성이 있다.

 

장 캠페이너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방사성 오염수”라며 “특히 일본 정부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삼중수소수 위원회를 조직해 오염수 처리 방법을 논의했고, 위원회는 5가지 대책을 마련해 정부에 제안했다”고 전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직후 일본 정부가 원전 인근 해안가에 짓고 있는 높이 12.5m, 길이 394㎞ 방파제. 그린피스 제공

위원회가 제안한 5가지 대책에는 △오염수를 지하에 묻기 △증기로 배출해 처리하기 △해양에 방류하기 등의 방안이 포함됐다. 그중 해양에 방류하는 게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빨리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위원회가 강조했다는 게 장 캠페이너의 설명이다.

 

일본 정부는 위원회가 권고한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한 공청회를 지난해 도쿄와 후쿠시마에서 세 차례 진행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고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아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캠페이너는  “저희(그린피스)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오염수는 111만t입니다. 올림픽 수영장 440개 정도의 규모죠. 이 오염수를 안전한 수치로 희석시키기 위해서는 7억7000만t, 올림픽 수영장 30만8000개에 들어가는 물이 필요합니다. 기간도 17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측합니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부 지방을 관통한 대규모 지진과 쓰나미로 피해를 본 지 8년 뒤인 지난해 10월 그린피스가 드론으로 촬영한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전경. 겉보기에는 안전해 보이지만, 방사능 오염도가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치를 넘어설 정도로 위험한 곳이다. 그린피스 제공

◆“일본 정부, 정보 왜곡하거나 숨기지 말아야”

 

장 캠페이너는 후쿠시마 원전에 매주 2000∼4000t의 물이 유입돼 오염수도 111만t보다 늘었을 것으로 봤다. 그런데도 원전이 어떤 상태이고 오염수가 바다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등을 명확하게 알 수 없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가 제대로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있는 탓이다.

 

“당장 내일 방출되는 오염수의 양이 급속도로 증가해도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오염수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등의 정보를 모두 일본 정부가 통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2012년 초부터 저장 탱크에서 발생한 오염수 누출에 대해서도 우리나라는 2013년에서야 일본의 통보로 겨우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일본 정부의 정보 통제와 함께 태평양을 둘러싸고 있는 인근 국가들의 관심이 적다는 점도 문제다. 한국의 경우 이번 일본 불매 운동과 맞물려 관심이 늘어난 것이지, 오염수 해양 방출은 이미 그린피스가 지난 1월 보고서로 작성해 공개한 바 있다. 뒤늦게 관심이 쏠린 것이다. 그마저 한국만 그럴 뿐 미국이나 호주, 중국 등은 아직 관심도 없다.

 

장 캠페이너는 “오염수가 태평양에 방류되면 해류의 흐름에 따라 러시아와 미국 등 태평양 인접 국가에 피해를 줄 것”이라며 “많은 국가들이 올해 10월에 열리는 국제해사기구 총회에서 일본에 오염수 방류 계획 철회를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린피스는 해당 총회에서 한국 정부와 함께 후쿠시마 원전의 문제점을 공개하고 일본 정부에 정보 공개를 요구할 계획이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