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인 인도법안을 둘러싼 홍콩 사태가 격화하면서 미국과 중국이 이를 놓고 충돌하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14일 홍콩에 인접한 선전(深?)에서 무력시위를 벌이며 법안을 반대하는 홍콩 시위대를 압박했다. 이에 미국은 “표현과 집회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중국에 경고장을 날렸다.
이날 북경청년보 산하 위챗 계정인 정즈젠(政知見)에 따르면 중국 동부전구 육군은 자체 위챗 계정 ‘인민전선’을 통해서 “선전에서 홍콩까지 10분이면 도달할 수 있다”며 “홍콩 공항에서 56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고 위협했다.
중국 정부는 ‘미국 책임론’을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홍콩 문제는 중국 내정이다. 이에 대해 왈가왈부할 권리와 자격이 없다. 자기 일이나 잘해라”고 비판했다.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도 사설을 통해 “홍콩 폭동은 홍콩 법치주의를 파괴하고 권력구조를 재편하는 시도로 전형적인 색깔 혁명”이라며 “미국이 사실을 왜곡하고 폭동을 도덕적으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의 정보기관이 우리에게 알려왔다”며 “중국 정부가 병력을 홍콩 접경지역에 이동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모든 이들은 진정하고 안전하게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발언은 홍콩 사태에 대한 미 정부 개입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양제츠(楊潔?) 중국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이날 회동했다. 홍콩 사태 해결 방안이 집중 논의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시위를 주도하는 홍콩 민간인권진선(민진)은 오는 18일 대대적인 집회를 예고하고 나섰다. 산발적인 시위를 피하고 투쟁 역량을 한곳으로 모으는 것으로 보인다. 비폭력 평화집회를 표방해 가족 단위 시민 등 최소 40만명 이상이 집회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한 현지 소식통은 “평화집회는 그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이지만, 집회 이후 또다시 격렬한 가투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홍콩 연예인들은 시위에 대해 찬반으로 나뉘고 있다. 친중파로 잘 알려진 배우 청룽(成龍·성룡·재키 찬)은 중국중앙방송(CCTV) 인터뷰에서 “홍콩 시위 상황으로 마음이 아프고 걱정스럽다”며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의 수호자임을 자부했다. 반면 가수 데니스 호는 지난달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홍콩의 인권 상황을 비판하고 중국을 회원국에서 퇴출할 것을 요구했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